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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3-11 07:39:50

가치와 시장 -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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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제가 살고 있는 곳 아르헨티나에는 극심한 경제 한파가 불어오고 있습니다. 매일같이 신문을 장식하는 뉴스는 기업들의 감원 소식과 폐업을 전하는 뉴스들입니다.

그와 함께 치안 악화는 덤으로 딸려와 조금만 어두워 지면 거리를 다니기 어려워 지고 있죠.

이런 경제한파를 몸소 느끼며 이곳에 수십년간 삶의 터전을 일구며 살던 수많은 이민자(한인 포함)들도 재 이주하고 아르헨티나를 벗어나고 있습니다.
 

경제위기는 모두가 함께 겪는 것이지만 그 무게는 사회적 계층에 따라 다르게 느껴질 수 밖에 없습니다.
그동안 어느정도 경제적으로 안정되고 부를 축적한 이들은 지출을 줄이며 상황을 관망하고 있지만 빈민들로 써는 당장 생존에 관한 문제인 것입니다.


인간 삶의 가장 기본적인 필요, 의식주에 대한 심각한 위협이 발생하고 있는 것입니다.
일자리가 없어진 빈민들은 여러 가구가 단칸방으로 모여서 살기도 하고 거리의 휴지통을 뒤지는 사람도 생겼습니다.

급격한 식료품 가격인상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더 저렴하고 품질이 낮은 브랜드를 이용하거나 소비자체를 줄이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곳에 식품이 부족한곳이 절대 아니라는 것이죠. 정말 웃기는 현상이라는 것이죠.


아르헨티나는 세계적으로 알아주는 식품 생산 대국입니다. 아르헨티나에서 생산되는 식품의 량은 무려 6억명 가량이 먹을 수 있을 정도라고 합니다.
아르헨티나에서 수출하는 가장 많은 생산품이기도 합니다. 수출로 벌어들이는 총액수의 70% 가량이 곡물을 팔고 받는 것이죠.

이렇게 많은 식품을 생산하는 국가임에도 식품은 너무 비싸고 자국민이 구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니 정말 이상한 현상인 것이죠.

아르헨티나 인구는 불과 4천 4백만 가량 입니다. 즉 식품 생산량의 고작 7% 가량만 있어도 전국민이 풍족하게 먹을 수 있다는 것이죠.

그런데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국민 48%가 빈민으로 분류되고 식품 구매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어째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일까요?
그 많은 식품은 어디로 가버리고 국민들이 먹을 수 없게 된 것일까요?


일단 아르헨티나가 겪고 있는 경제적 위기는 신흥국들 대부분이 겪고 있습니다. 남미의 대국 브라질도 수년전부터 경제가 침체 되어 아직까지도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작년 아르헨티나의 페소 가치의 급격 하락으로 1만 4천불이 넘었던 1인당 국민 소득은 6천불대로 쪼 그라 들었습니다. 그로 인해 물가와 각종 서비스 비용은 큰 폭으로 상승을 했고 시민들의 구매력이 감소할 수 밖에 없었죠.


여기서 의문이 드는 것은 시민들의 노동 형태가 변화 된 것도 아닌데 어째서 그 가치로 같은 음식이나 상품을 살수 없는가 하는 것이죠. 자동차 수리하던 사람은 여전히 같은 일을 하고 있고 건물에 페인트 칠하는 사람도 여전히 똑같은 일을 하고있죠. 공장 노동자들도 실직하지 않았다면 여전히 같은 일을 하고 있을 겁니다. 즉 그들이 생산하는 가치는 본질적으로 똑 같은 것이죠. 하지만 우리가 생산하는 노동 가치는 그 일 자체로 가치를 평가받지 못하고 화폐라는 수단으로 수치화 됩니다. 바로 이게 문제의 원인인 것이죠.


생산되는 노동의 가치는 동일하지만 그 가치와 교환되는 화폐의 가치를 바꾸어 버린 것이죠. 그렇다면 화폐의 가치가 낮아진 만큼 노동의 가치가 보상을 받아야 하겠지만 현 사회 시스템에서는 낮아진 가치를 보상받지 못하게 구성 되어 있습니다. 반면 상품들의 가치(가격)는 매우 빠르게 잃은 가치를 가격인상으로 회복 할 수 있게 됩니다.

어째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일까요?


물건들의 가격들은 대부분 달러화 되어 있습니다. 국내에서 팔지 않아도 이웃 국가 또는 먼 국가라도 보내서 팔아 버리면 되기 때문에 가격이 낮아진 곳에서 팔 이유가 없어 집니다. 그래서 화폐가치가 떨어져도 물건 가격은 쉽게 내리지 않습니다.
국내 노동력을 활용하는 국산품 이라 할지라도 대부분의 기계 설비와 재료가 외국에서 들어오기 때문에 발생하는 현상이죠.

이 현상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국경이라는 것입니다.

이 국경이라는 것은 매우 재미있는 가상의 경계 인데 ( 물론 많은 국경이 산이나 강과 같은 물리적 특징을 이용하기는 합니다. ) 이 경계를 각 국가마다 매우 엄격히 통제 합니다.

허가 받지 않은 사람이나 물건들은 쉽게 이동할 수 없는 것이죠.


그 국경들로 말미암아 지역간 인건비나 상품 가격에 차이가 발생하지만 상품가격은 점점 차이가 좁혀지고 있는 반면 인건비는 점점 큰 차이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자유무역이라는 제도로 상품이나 자본의 이동의 제한이 점점 사라지는 것과 연관이 있죠. 즉 상품은 매우 자유롭게 허가를 받고 국경을 넘나 들 수 있게 된 것이죠.


그렇지만 인간의 이동은 물건이나 자본의 이동보다 매우 엄격하게 통제 되고 있습니다. 특히 저개발 국가들은 선진국으로 여행도 갈수 없을 정도로 엄격한 기준으로 심사를 하고 있습니다.
심지어는 이동을 막기 위해 거대한 성벽을 만들려고 하는 대통령(?) 까지 있는 상황입니다.

인간의 가치가 인간의 생산물보다도 못한 대우를 받고 있다는 것이죠.


이동이 자유롭다면 완벽하게 같은 일을 하는 사람이 어디에서는 3천불을 받고 어디에선 300불을 받는 일이 벌어 지지 않겠죠.
당연히 더 많이 받는 곳으로 사람들이 이동을 할 것이고 그들을 붙잡기 위해서 300불이 아닌 비슷한 수준의 임금을 제공할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물론 수많은 사회현상과 경제적 문제를 이렇게 단순화 할 수는 없지만 이렇게 큰 지역격차는 바로 이동의 제한 때문이라는 것이죠.

상품이나 자본에게도 인간수준의 엄격한 이동 제한이 있다면 지역별로 매우 큰 가격차이가 발생할 것입니다.

이 국경이라는 것으로 인해 지역간 큰 임금 차이가 발생하고 누군가는 이런 차이를 이용해 엄청난 이득을 취할 수 있는 토대가 만들어집니다.

상품 가격은 같은데 생산비를 낮출 수 있다면 당연히 이득이 커지는 것이죠.
누가 이런 시스템을 가장 잘 이용하며 돈을 벌고 있는 것일 까요?

바로 세계적 금융시스템과 다국적 기업들이죠.


이들은 다양한 이유를 대며 인간 이동을 제한하지만 ( 그로 인해 지역간 임금 격차를 크게 만들 수 있습니다. ) 번영과 발전을 약속하며 상품과 자본의 이동은 자유롭게 만들고 있습니다.
물론 이런 구조로 인해 극히 일부 국가는 번영을 누릴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수많은 국가들, 주로 제 3세계라고 불리우는 중남미와 아프리카, 중동에서는 불평등 확대와 삶의 질이 극도로 악화되었죠.


제 3세계 국가들은 주로 선진국에 매우 저렴한 노동력을 제공하고 자원을 착취당하며 발생한 부가가치의 극히 일부만을 취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이게 바로 현재 아르헨티나에서도 벌어지고 있는 일이죠. 6억명이 먹을 만큼이 아르헨티나 곡창지대 에서 생산되고 있기는 하지만 이들 식품 대부분은 다국적 기업의 손에 있고 시민들은 우리땅이 이렇게 넓고 많이 생산된다는 자부심(?)밖에는 가질 수 없는 것이죠.


총 생산량 중 7% 가량마저 도 거의 국제 시세에 준하는 가격으로 구매를 해야만 먹을 수 있습니다. 과연 이게 아르헨티나 것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일까요?

물론 과거 한 50~60년 전에는 식품 생산에 많은 인력이 필요했습니다. 기계가 많지 않았고 효율도 좋지 않았기에 씨를 심고 키우고 추수를 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고용이 발생하여 상당부분의 부가 가치가 이곳 시민과 사회에 이전이 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자동화 기기의 발달로 인해 지속적으로 인간의 개입은 줄어들었고 현시점에선 농장의 크기와 상관없이 씨를 뿌리고 수확까지 몇명의 사람들만 있으면 가능해 졌다는 것이죠.


그럼 농장에서 아무리 많이 생산해도 극소수의 농장주 또는 다국적기업들에게만 그 결실이 돌아가게 됩니다. 더이상 아르헨티나 시민들과는 큰 상관없는 산업이 되어 버린 것이죠.


글이 너무 길어져서 다음편으로 이어서 쓰겠습니다.

  • 3달만에 글을 올리는 군요. 그동안 이곳의 경제 상황이 제 직업에도 영향을 주기도 했고 머리도 식힐고 생각좀 하면서 그렇게 조용히 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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