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글을 쓸까 말까 하다가 오늘 영화를 보고 계기가 되어 쓰려고 했는데, 1 BTC가 10000달러가 될 지에 대한 공지가 떠 있네요.
제목과는 다소 상관 없지만 영화나 하나 얘기해 볼 겸 써 봅니다.
최근 개봉한 더 울프 오브 월 스트리트(The Wolf of Wall Street)라는 영화인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월 스트리트의 늑대라 불렸던 실존 인물 조던 벨포트의 과거 삶을 연기로 소화해낸 작품입니다.
주인공은 증권맨으로 술, 마약, 섹스에 중독되어 난잡하고 광기어린 삶을 살던 내용을 블랙코미디로 구성한 것이라서, 권선징악같은 통쾌함이라던가 교훈적이거나 감성적인 여운, 치밀한 구성 따위는 없는 그런 영화입니다. (개인적으로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주연 영화를 좋아하는데 그 중에서는 감동은 떨어지는 편이라고 생각됩니다)
거의 영화 러닝타임 내내 툭하면 발정난 개처럼 섹스하고 마약을 흡입하며 제정신인 때가 없을 정도고 소위 말하는 돈지랄을 하며 살아갑니다.
주요한 얘기는 이런 건 아니고, 혹시 관심 있는 분들은 영화관에서 바로 보실 수 있으니 스포일러가 되겠죠.
영화를 보면서 비트코인이나 다른 대안코인들이 페니스탁(Penny Stock)과 같은 것은 아니었나, 비트코인을 찬양하는 사람들이 저 술, 마약, 섹스 중독은 아니지만 기본적으로 증권사 직원들과 비슷한 입장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좀 겹치더군요.
과거까지도 그랬고, 비트코인이 알려질 때 그려졌던 장밋빛 미래는 아직 환상에 불과한 상태입니다. 물론 그 환상이 더 구체화되고 실제로 이뤄지면 현실이 되는 것이죠.
서론이 길었는데, 결국 비트코인의 가치가 얼마까지 상승할 것인가 이게 관건이겠죠.
과거의 엄청난 상승의 원인에는 중국인의 유입이 컸습니다. 중국인들 덕분에 1200 USD/BTC도 도달했던 것이죠. 이 때의 시세 변동은 옵션 만기 가격 변동에 버금갈 정도였었고요.
그리고 앞으로도 상승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또 다른 많은 사람들이 지속적으로 계속 사려고 해야 하고 (매수 우위), 기존에 비트코인을 매매하던 사람들이 최대한 안빠져나가야 합니다 (매도 유지).
비트코인의 장점으로 알려졌던 것 중에 하나는 2100만 BTC까지 채굴이 끝나면 인플레이션이 일어나지 않고 디플레이션이 일어나 비트코인의 가치가 계속 올라갈 것이라는 내용이 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은게 비트코인의 총 채굴량은 현재 약 1200만 BTC를 넘고 있는 상태인데, 하루에 약 4000 BTC씩 늘어나고 있습니다. 한 달이면 120 kBTC 정도가 채굴이 되는 것이죠. 비율로 따져보면 현재 단계는 매달 약 0.97% 정도의 인플레이션 단계로 보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사는 한국에서도 화폐를 추가로 찍어내는 비율과 원화의 가치 하락 비율이나 물가 상승률과는 전혀 다르듯이, 비트코인의 1% 인플레이션은 비트코인의 가치를 1% 떨어뜨리지 않고 더 떨어뜨리게 됩니다. 현재 비트코인의 유통량은 편차는 크지만 하루에 15만 BTC 정도이고, 오히려 추세는 점점 떨어져가고 있어서 월 1% 인플레이션은 앞으로도 생각보다 미미한 영향이 아닐 것입니다.
비트코인을 받고 쓸 수 있는 곳이 늘어나는 것과 실제 비트코인의 가치의 상승과는 어느 정도 상관관계가 밀접하지 않다는 문제도 있습니다. 비트코인을 받는 곳이 쓸 수 있는 곳이 늘어난다는 것은, 현금 대신 비트코인을 '받을 수 있는 것'이지 비트코인을 '사고 싶은 것'은 아니기 때문이죠. 그래서 실제로는 기대 심리로 투기 세력이 비트코인의 시세를 올리는 것이지, 비트코인의 생태계에 참여하는 사람의 영향은 별로 없다고 봐야 합니다.
비트코인의 가치가 오르려면, 결국에는 '현금을 비트코인으로 바꿔서 쓰고 싶은' 사람이 많아져야 하는 본질적인 논리로 돌아가야 합니다. 그게 아니라면 투기 심리로 비트코인을 사는 사람이 늘어나야 하는 것이죠.
그런 조건 때문에 이미 중국같은 거대 세력이 한번 들어왔던 상태에서 결국 그러한 사람들이 또 급속도로 늘어나는 사태가 불거져야 만달러라도 거들떠 볼 수 있을 것인데, 이제 비트코인의 광기도 사그라들고 점점 본래 효용성으로 내재 가치가 수렴하면서 새로운 유입 세력도 줄고 있습니다. 즉, 안정화가 된다는 것은 폭발적인 상승도 없다는 것이죠.
그래서 이제 비트코인의 미래 가치를 결정지을 큰 요인으로는 아마존이나 이베이같은 글로벌 대형 온라인 마켓에서 비트코인을 받고 취급하는 곳이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 초기 채굴된 다량의 비트코인 보유자들이 매도를 하는 일이 남았다고 보고 있습니다. 10000달러가 넘는데 필요한 기간은 글쎄요...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적어도 10년 이상? (읽는 분들은 대부분 제가 틀리기를 바라시겠지만... ㅎㅎ)
제 관점을 강요하는 건 아니지만 개인적으로도 고민을 하는 기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원래 주식도 그렇고 남의 말에 흔들려서 매매해봤자 수익을 내는 건 아니지만, 비트코인 가치 애널리스트가 거의 없으니까 이런 글도 있어야 할 거라 생각해서. 물론 대부분의 증권 애널리스트는 거의 대부분 매수 의견만 내지만 말이죠.
지극히 저에 대한 개인적인 이야기도 덧붙입니다.
저도 몇달 전까지 비트코인에 반신반의 했다가 회심의 아이디어로 무장한 비트코인 거래소를 만드는 사업을 하려고도 하다 접었었고,
(여담이지만 지금 Xcoin에서 하는 사업 모델이 그나마 어느 정도 근접했다고 볼 수도 있겠네요. 트레이딩 시스템 구축은 아직 제가 기획했던 이미지의 절반도 못미치는 것 같고요. 재밌는 에피소드는, 저도 같이 할 사람이 필요해서 지인 중에 동업자를 먼저 구해서 사업성과 전략을 짜던 중이었는데, 이 친구가 갑자기 딴 주머니를 차고 다른 사람들이랑 거래소를 만들겠다고 미안하다며 저를 팽하더군요. 저는 좀 더 신중히 뛰어들려고 했는데 자기는 급했는지 말이죠. 아이러니하게도 그 며칠 뒤에 저는 수익성은 있지만 생각했던 사업성 기준에는 못미치는 것 같다는 결론을 냈고, 이 친구는 아직 거래소를 런칭하지도 못한 채로 노력하다가 비트코인의 열기도 가라앉고 다른 거래소들까지 등장해서 결국 흐지부지 된 것 같습니다.)
컴퓨터 온라인 게임 유저들의 네트워크 자원을 이용한 채굴 엔진도 구상을 해봤었고,
(접속자가 게임을 하는 동안 남는 컴퓨팅 자원을 채굴을 하게 하는 식으로 말이죠. 하지만 채굴 난이도의 상승 때문에 장기적인 수익성에 한계가 있더군요.)
투자로는 비트코인의 급상승 덕분에 적지 않은 수익률도 실현했습니다.(그리 큰 금액을 투자하진 않았지만) 대신 그 이후로는 하락을 예상해서 거의 매매를 안하고 전액 청산한 상태입니다. 비트코인에도 회의적인 시각이 되기도 했고요.
최근에는 비트코인으로 뭔가 하려던 생각은 접고 비트코인보다 더 좋은 대안화폐가 있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사실 수 년 전부터 그랬지만) 비트코인 논문을 읽으면서 '굳이 이렇게 만드는게 최선이었나...'하는 의문점도 많이 갖게 되었고, 자본주의 패러다임의 헛점을 보강하는 용도로는 터무니 없이 부족한게 많다는 것도 현실적으로 나타나고 있고요.
그래서 요즘은 여유 시간이 날 때는 다른 종류의 대안화폐를 만들기 위해 구상하는 (채굴이나 암호화 같은 복잡한 개념을 최대한 배제하고) 취미 정도로 즐기며 삽니다. 그리 긴 시간은 아니었지만 두뇌 쓰는 일을 좋아하는 편이거든요. 어느 날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떠올라 저도 사토시 나카모토처럼 새로운 논문을 쓰는 일도 생기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하면서요.
땡글에서 활동하시는 분들의 연령대가 낮지 않다는 것에도 좀 놀랐습니다. 그래도 한국에서 나름 새로운 영역에 도전하시는 신 기성세대들도 많다는 걸 인터넷으로나마 체감할 수 있던 것도 묘한 기분도 들었고요.
글이 주절주절 길었네요. 모두 즐거운 주말 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