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아버님은 사업을 26년정도 해오고 계십니다.
아주 큰 규모는 아니지만 오랫동안 적자와 빚 없이 운영하시는 비결로, 저에게 항상
뒤로 깨지는 비용들을 세번 네번 생각하라고 하셨습니다.
저도 많은 사업을 하면서 그 말씀을 항상 기억하고 있습니다.
저는 처음에 채굴에 관심있어 기계 1대로 시작했는데,
업자를 잘못 만나 엉성하게 조립된 기계를 하루만에 다 태워먹고 환불받은 뒤,
부품을 사서 제가 직접 조립을 시작했습니다.
조립된 기계를 채굴장에 맡기러 몇군데 돌아다녀 봤는데, 성에 차는 곳이 없어
직접 채굴장을 차렸고, 지금은 지인들과 제 물량으로만 운영하고 있습니다.
간혹가다가 커뮤니티 같은 곳에서 알게된 분들이 위탁 문의를 주시는 경우가 있습니다.
주변에 맡길만한 곳이 도저히 없다거나, 여의치 않은 경우만 받아드리고 있는데
정중하게 거절을 하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제가 정중하게 거절을 하는 경우는 이런 경우입니다.
'제가 xx 기계를 전력 측정해봤는데 1.1kw 밖에 안나오는데 다른 채굴장에서 무려 얼마를 받겠다고 하네요.
이거 완전 도둑놈 심보 아닙니까? 적정 가격에 맡아주실수 있나요?'
그 분은 다른 채굴장 사장님이 아주 싸게 맡아주신다고 하셔서 그쪽으로 가셨었는데,
그 채굴장 운영하시는 사장님은 몇달이 지나서 운영을 접으셨습니다.
위탁 채굴장들이 점점 프라이빗하게 바뀌고 있고, 대형 위탁장 사장님들이
링겔 맞는걸 자주 보는것도, 뒤로 까지는 비용에 원인이 있는 경우들이 많았습니다.
물론 사업을 오래 운영 해보셔서 노하우가 있으신 분들은 굳이 이 글을 안보셔도 될 수 있습니다.
모든 비용을 파악하고, 혁신을 통해 최저가로 최대의 서비스를 제공하며 운영하시는 분들이
계실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사업 경험이 많지 않으시고, 채굴장을 하면서 규모를 키워가시는 분들 중 일부는
제 글이 도움될 수도 있습니다.
사업이 점점 커지면 생각지도 못한 비용들이 발생합니다.
봄, 겨울 ,가을 에 채굴장을 시작했으면 여름에 공조를 하면서 배선을 다 뒤집어 까는 경우도 있습니다.
저는 채굴장을 하다 보니 시끄럽다고 민원이 들어와서 주변에 사과하고 설득하고 선물 드리는 것도
정신적, 시간적, 물질적인 비용이 들었습니다.
또 주변에 어슬렁 거리는 사람들이 많아서 펜스를 추가로 설치하는데 몇백만원 나갈 예정이고요
화재보험, 화재감지기, 보안 비용도 들어갔습니다. 건물 문이 부실한것 같아 문 공사도 새로 할 예정이고요.
저는 저에게 기계를 맡겨주시는 분들이 고마워서 불안정한 기계들은 롬플래싱부터 안정화 작업까지 전부 해드립니다.
채굴기를 관리하는 컴퓨터와 책상, 모니터 등등이 추가로 들어갔구요
겨울에 추워서 히터도 몇대 가져다 놓고, sk스마트 플러그를 다 설치했는데 알람이 안와서 불편하다보니
스마트 멀티탭으로 교체를 하면서 또 추가 비용이 들어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세금문제도 신경 써야합니다. 채굴자들에 대해 정부가 세금을 점점 더 걷으려 할 겁니다.
부가세만 다 신고한다고 되는게 아닙니다. 개인사업자로 이익이 많아지면 소득세 40% 가까이 내야 할 수도 있습니다.
그것도 비용이라고 생각 하셔야 합니다. 5년치 한번에 추징당해서 망하는 사업자들 많이 봤습니다.
세금을 절세하기 위해 회계사에게 기장을 맡깁니다. 그것도 비용입니다.
회계사를 알아보고, 상담하고, 서류 챙겨줄 시간도 비용입니다.
제 채굴장은 밀폐형 위주로 되어 있는데, 설치가 많은 날은 허리가 너무 아프더군요.
안받아도 됐던 마사지를 받는것도 비용입니다.
채굴장에 있는 기간이 늘어나니 전자파 때문에 머리가 띵하더군요.
제 건강을 해치는 것도 비용입니다.
제 인건비도 비용입니다. 채굴장 말고 다른걸 하면 돈을 벌수 있으니까요.
밖에서 가족들과 식사를 하다가도 기계가 꺼졌다고 급히 들어가서 원격 잡아드리는 것도 비용입니다.
물론 일부 채굴장들은 출근 해야만 봐준다고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 경우는 비용이 아닙니다.
대신 서비스가 다르게 제공되는 겁니다.
먼거리를 출퇴근 하면서 쓰는 기름값, 운행거리가 많아지면서 들어가는 엔진오일, 빨라지는 타이어 교체주기도 비용입니다.
그래서 저는 제가 생각하기에 너무 비싸지도 너무 싸지도 않다는 비용만 받습니다.
간혹가다가, 지방은 전기료에 3만원만 받던데 여긴 왜이렇게 비싸요? 하는 분들에게 설명을 드립니다.
지방에는 제조업 망한 공장이 있어 전기용량이 넉넉하게 이미 설치되어 있는 곳들도 있고,
땅값도 수도권과는 다르며, 제공되는 서비스가 다를수도 있다고 설명을 드립니다.
납득을 하시는 분도 계시고 못하시는 분들도 계십니다.
못하시는 손님분들이야 저와 인연이 없다고 생각하면 그만입니다.
그러나 채굴을 사업이 아니고, 제도권의 영역이 아니라고 생각하셨다가, 나중에 뒤에서야 알게되는
비용 지출에 고생하시는 채굴장 사장님 분들을 위해 굳이 이렇게 긴 글을 적습니다.
남들의 돈이 나가고 들어오면 그게 사업입니다. 자기 물량만 소화하는 것이 아니면 위탁채굴은 소규모도 사업입니다.
채굴사업은 얻게되는 수익이 클 수 있지만 코인 가격의 등락폭에 따라 리스크가 큰 편에 속합니다.
리스크도 비용입니다.
심지어 내가 채굴장에 출근하기 위해 채굴장에 가져다 놓은 충전케이블 몇천원짜리 하나도 비용입니다.
이 작은 비용들이 모이고 모여 하락장에 큰 부담으로 다가옵니다.
그리고 이 비용들은 내가 목표하는 서비스 수준에 따라 달라집니다.
저희 집 근처에 설렁탕 집이 2군데가 있습니다.
한둔데는 5900원이고 한군데는 9000원인데, 9000원 하는 집의 설렁탕은
육수맛이 일품이고 고기의 상태도 항상 좋으며, 화장실이 늘 깨끗하고 종업원들이 친절합니다.
그래서 저는 항상 9000원 짜리 식당으로만 갑니다.
물론 5900원짜리 설렁탕을 좋아하시는 분들도 계시겠죠.
그러나 두가지 설렁탕을 먹어보지도 않고 밖에서 여긴 왜이렇게 비싸냐며
설렁탕 한그릇의 원가가 얼마인데 도둑놈 심보라고 욕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을수 있다고 생각 합니다.
이렇게 구구절절히 사람들에게 설명하는 것이 싫어서, 저는 돈을 적게 벌더라도
저와 지인들 물량으로만 채굴장을 운영합니다.
한번도 광고를 한적이 없는데 지인들이 소개에 소개를 받고 기계들이 항상 들어옵니다.
대신 저는 새벽 세시건 다섯시건 기계 안돌면 일어나서 다시 켜놓고 잡니다.
채산성 좋은 코인들이 나오면 소개도 해드립니다.
제 채굴장 전기가 꽉 차면 다른 지인 채굴장에 제가 기름값 내고 가서 맡겨드리고 자리 나면 옮겨드립니다.
저는 다른 사람들을 부자로 만들어주는데 조금이나마 일조할 수 있어서 기쁜 마음으로 일하지만
제가 이렇게 열심히 일하는것도 비용이라고 생각합니다.
친한 분께 S9을 한두달전에 원가로 구해드렸는데 코인값이 폭락하면서
S9 가격도 폭락했고, 그분은 친구분들께 왜이렇게 S9을 비싸게 샀냐는 소리를 듣습니다.
그분은 저를 이해해 주시지만 또 죄송한 마음에 맥주한잔 제가 사는것도 비용이고
제가 괜스레 미안한 마음을 가지는 죄책감도 비용입니다.
여러분이 채굴장을 운영하면, 적게는 수억에서 많게는 수십억원의 기계가 귀하의 공장에 있을 수 있습니다.
홍수, 화재, 도난 등 무슨일이 일어날 지 모르는데, 그 리스크 또한 비용입니다.
모든 채굴장 사장님들, 그리고 손님들이 잘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 오지랖으로 굳이 이런 글을 적어봅니다.
모두 성공하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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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리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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