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더리움이 비트코인을 제칠 것만 같았던 그 날 2017년 6월 13일, 이 날 이더리움은 비트코인을 시총에서 단 6.3% 차이로 따라잡았다. 이때까지만 해도 이더리움의 시총 1위 등극은 아무도 의심하지 않았다. 모두들 이제 이더리움이 비트코인을 누르고 기축통화가 된다고 여겼다.
명분은 충분했다. 비트코인의 지나친 중국의존도, 블록사이즈 제한, 포크를 둘러싼 기술적인 갈등들... 이더리움은 이를 모두 한방에 해결 해 줄 것 같았다. EEA의 주류기업 참여, 많은 채굴러들의 지지, 가장 진보했다고 평가받는 스마트컨트렉트 기술.. 이제 비트코인은 고루한 구시대 화폐이고 이더리움은 새롭게 떠오르는 가치였다. 때 마침 봇물 터지듯이 일어난 수 많은 ICO는 이더리움을 기축통화로 인정하고 이더리움으로 투자를 유치했다.
그러나 이더의 황금기를 가져온 이것들이 커다란 재앙의 시작이었음을 아무도 모르고 있었다.
6월 초... 몇 몇 사람들에게 이더리움이 전송되지 않았다는 불만이 터져나왔다. 처음에 한두명이었던 것이 여기도 저기도 너나 할것 없이 자신이 전송한 코인을 분실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들은 뒤늦게 이더리움 네트워크가 포화상태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ICO열풍은 다량의 스마트컨트렉을 동시에 발생시켰고 그것은 한꺼번에 이더리움 네트워크로 몰려가 서버를 다운시켰다. 이더리움의 전송 수수료는 폭등했고 ICO를 참가자를 중심으로 코인을 보낸 사람들은 자신의 코인이 없어졌다고 아우성을 치기 시작했다. 그제서야 그들을 알았다. 이더리움은 다량의 전송을 처리하기에는 적합하지 않은 시스템이었다. 아직 희망을 가진 사람들은 비탈릭의 입만 바라봤다. 이 사태에 대해 비탈릭이 명쾌한 답을 내 줄 것으로 기대했다. 비탈릭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셀카사진을 업로드했다. 그리고 그는 더 이상 말이 없었다. 패닉에 빠진 이더리움 보유자들은 자산을 매각하기 시작했다. 가격은 추풍낙엽처럼 떨어졌다.
2등이 1등을 넘어서기 위해서는 1등이 갖지 못한 다양한 장점을 어필해야 한다. 1등은 이것이 안되는데 우리는 이것도 되구요 저것도 되구요.. 그럼 소비자들은 의심을 갖는다. 저런 걸 왜 1등은 지금까지 안 해 왔지? 그 의심을 깨려면 2등이 말하는 그 장점들이 제대로 동작하는지 검증해줘야 한다. 대부분 이 단계를 통과하지 못하니까 2등이 된다. 이더리움 역시 그랬다. 스마트 컨트렉트라는 기능은 굉장히 혁신적인 기술이었지만 그것을 동시에 다량으로 처리할 인프라가 없었다. 시장에서 2등이었을때의 전송량을 처리할 때는 문제가 없었지만 그것이 1등에 가까워 졌을때 늘어나는 수 많은 요청들을 처리하기엔 무리였다. 한마디로 1등의 무계를 견딜 역량이 없었던 것이다.
사람들은 그토록 비트코인과 다르다고 여겼던 이더리움이 사실 비트코인과 별 다를 것 없는 그저 그런 후발자주라고 여기기 시작하면서(주: 비트코인도 블록 용량이 1MB로 제한되어 한계에 봉착하고 있었다.) 이더리움도 비트코인 처럼 동반하락을 하게 된다. 그러나 기득권은 비트코인쪽에 있었다. 어차피 둘 사이에 별 차이 없다면 1등이 그래도 낫다는 시장의 신호가 나타났다.
이 때를 놓치지 않고 비트코인 진영은 segwit포크를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1MB블럭에서 디지털 서명 부분을 제거하여 사실상 4MB로 확장하겠다는 발표였다. 비트코인이 기나긴 하락을 멈추고 반등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8월 1일 포크에 성공했다. 이 때 승부는 끝난 것이었다. 이때부터 비트코인은 급상승했고 이더리움은 꾸준히 하락해 13만원까지 내려가며 경쟁에서 완전히 밀려나게 된다.
지금 이더리움의 시총 점유율은 14% 수준, 비트코인의 1/4도 안된다. 늘 시장보다 한발 앞선 기술을 내세웠고, ASIC을 막으며 GPU채굴러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었던 이더리움 비록 지금은 그 모습을 찾아볼 수 없지만 그날 남겼던 수 많은 GPU와 채굴기들은 우리의 가슴속에 영원히 살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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