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는 참으로 공허한 개념인가 봅니다.
소위 블록체인 전문 미디어라고 표방하는 어느 매체에서 이런표현을 보았습니다.
"토큰 민주주의 실험-이오스"
EOS의 21명 BP를 선출하는 과정을 토큰 민주주의라고 이름을 붙였는데, 그동안 나름대로 민주주의를 신봉하고, 토큰이코노미를 지지한다고 생각해온 사람의 입장에서 참으로 허탈한 느낌이 듭니다.
1인1표가 아닌 기껏해야 1주1표의 주주총회 투표 형식을 닮았을 뿐인데 뭔가 투표를 한다니까 선거와 공화제가 떠오르는 모양입니다.
삼성의 주주총회를 놓고 아무도 삼성민주주의 라고 하지 않습니다. 그것을 주주민주주의라고 부르고 뭔가 그를듯한 미사여구를 붙여봐야 왜곡된 치장거리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런데 EOS의 DPOS 시스템은 삼성의 주주총회보다도 훨씬 더 민주주의와는 관련이 없습니다. 왜냐하면 삼성의 주주총회는 최소한 1주1표의 원칙이 있습니다. 하지만 EOS DPOS는 1코인 30 투표권을 줍니다. 많이 주니까 뭔가 더 좋아 보이나요? 어짜피 모두 코인이 다 30번씩 투표할 권리가 있으니 결론적으로 1코인1투표와 같다고 보시나요?
1코인 30투표권의 가장 큰 문제는 이것이 고래들간의 담합구조, 즉 카르텔을 만들 수 있는 절대적 경제적 동기를 부여한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20% 정도의 지지율을 받으면 21위안에 든다고 할 때, 2%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 고래 10명이 있다면 이들이 서로간에 교차투표를 하면, 나머지 코인의 투표와는 상관없이 담합을 한 고래들은 무조건 20%이상의 지지를 받고 당선이 됩니다. 대량의 코인을 가지고 있는 중앙화된 거래소, 대형 고래들, 작선세력들이 서로 그룹을 만들어 담합을 하면, 나머지 일반 코인보유자들의 투표와는 상관없이 결과가 미리 결정됩니다.
어짜피 개별적으로 작은량의 코인을 가진 사람들은 자신들의 투표가 가지는 영향력에 대한 기대도 없고, 큰 관심이 없습니다. 단기적인 투자수익에 더 관심이 많은 다수의 일반투자자들이 이러한 투표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경제적 동기는 거의 없습니다.
거꾸로 이렇게 관심이 없는 일반 투자자들을 대상으로한 뇌물유혹은 있을 수 있습니다. 투표를 해주면 BP로 받을 보상의 일정 부분을 나누어 주겠다고 하던지, 아니면 에어드랍으로 이권을 보장해주겠다는 식의 딜이 만연할 수 있습니다. 네트워크 전체를 가장 잘 운영할 주체를 뽑는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뇌물을 줄 주체를 뽑을 경제적 동기가 훨씬 크다는 것입니다.
결국 EOS의 DPOS 투표로 뽑힐 대부분의 BP들은 서로간의 상호투표협약을 베이스로한 몇몇 지배 카르텔 블록의 멤버이거나 그들의 하위업체들일 것이라고 봐도 무방할 것입니다.
이러한 시스템에 민주주의라는 개념을 붙이는 것 자체가 민주주의 개념에 대한 기본적 이해조차도 없거나 아니면 이 시스템을 그를듯하게 포장해보려는 의도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블록체인의 스케일링 문제를 해결해가는 과정에서 여러가지 실험을 해보는 것이 필요하고, 거버넌스 모델에 대한 고민도 매우 중요합니다. 하지만 근시안적으로 당장의 속도 문제에만 매몰되어, 블록체인의 기반인 탈중앙화된 보안성 또는 안전성(Safety)을 간과해서는 안됩니다.
그런점에서 메인체인에서는 속도면에서 다소 느리더라도 탈중앙화된 Safety의 확보에 가장 촛점을 두고, 더 빠른 속도가 필요한 어플리케이션들은 레이어-2 솔루션들에 의존하는 것이 양쪽의 필요조건들을 다 충족시키는 바른 방향입니다. 즉 속도는 플아즈마 체인과 스테이트 채널과 같은 레이어-2 솔루션들이 맡고, 이것의 궁극적인 Safety는 베이스 메인체인에서 맡는 방식이 가장 바람직합니다.
이런 구조하에서는 어플리케이션 필요와 조건에 맞게, 레이어-2 솔루션들에서는 적절한 합의시스템과 거버넌스 모델을 다양하게 가져갈 수 있습니다.
시간이 좀 더 걸리더라도, 장기적이고 구조적으로 지속적인 확장이 가능한 솔루션을 찾는 것이 중요합니다.
마지막으로 주주민주주의에 대한 오래된 기사와 dpos에 대해 EOS dpos와 유사한 dpos를 사용하하는 스팀잇 포스팅 몇개 링크를 첨부합니다.
http://opinion.mk.co.kr/view.php?year=2017&no=494239
스팀잇에서 초창기부터 가장 스팀잇을 많이 홍보하신분의 글
https://steemit.com/leesunmoo/@leesunmoo/30
작년에 제가 DPOS에 대해 올렸던 글
https://steemit.com/kr/@atomrigs/dpos
비탈릭의 의견
https://vitalik.ca/general/2018/03/28/plutocracy.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