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 송금된 14억 비트코인 사용’ 30대 무죄 확정
- 200 비트코인, 개인 계좌로 입금
- 빚 갚고 유흥비 사용…1·2심 1년 6월 선고
- 파기환송심 무죄 “양측 신임관계 인정 어려워”
- “가상화폐, 형법상 법정화폐 수준의 보호 아냐”
실수로 자신에게 송금된 14억원 상당 비트코인을 사용한 30대에게 무죄가 확정됐다. 가상자산은 일반 화폐와 동일한 규제를 받지 않기 때문에, 동일한 수준으로 보호할 수 없다는 판단이다.
수원고법 형사3부(부장 김성수)는 특정 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횡령, 배임 혐의로 기소된 A씨에 대한 파기환송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고 8일 밝혔다.
A씨는 2018년 6월 20일께 그리스 국적 B씨의 가상지갑에 들어있던 199.999비트코인(약 14억 8000만원)이 알 수 없는 경위로 자신에게 이체되자, 일부를 환전해 대출금을 갚고 유흥비 등으로 사용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B씨로부터 신고가 들어와 가상자산 거래소로부터 반환을 요구받았지만 A씨는 이를 거부했다.
재판부는 배임과 횡령 혐의 모두 무죄로 판단했다. 양측이 계약관계가 아닌 이상, A씨가 가상자산을 보존하고 관리할 책임이 없다는 취지다. 재판부는 “A씨가 B씨에게 부당이득반환의무를 부담할 수 있지만, 당사자 사이의 민사상 채무에 지나지 않다”며 “A씨가 신임관계에 기초해 가상자산을 보존하거나 관리하는 지위에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또 부당이득반환의무가 있더라도 신임관계가 없기 때문에 A씨가 배임죄 요건이 성립되기 위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현재 가상자산이 법정화폐 수준의 규제가 적용되지 않아 거래에 늘 위험이 따라다닌다”며 “형법을 통해 법정화폐와 동일하게 보호해야하는 건 아니다”고 봤다.
당초 1,2심에선 배임 혐의를 유죄로 보고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다. 신의성실의 원칙에 따라 A씨가 잘못 송금된 가상자산을 보호해야 할 지위라고 판단했다. 가상자산이 경제적 가치를 갖는 재산상 이익으로, 형법상 보호할 가치가 있다고도 봤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 사건과 같이 가상 자산을 이체 받은 경우 피해자와 피고인 사이에 신임관계를 인정하기 쉽지 않다”며 사건을 수원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출처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16/0002013104?sid=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