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3-7탄 [통신 두절]

by 사이공 posted Jan 15,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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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이의 체취가 채 가시지 않았다.

나의 몸은 그이를 기억하고 있다.

형부라 불렀지만 이젠 내 몸이 기억 하는 그.

 

내 마음을 정리했다.

이젠 형부가 아닌 온전한 그이로 받아 들이기로 했다.

어차피 언니와 그이는 온전한 한 몸이 아니었다.

세속적인 시선은 나와 그이를 이상하게 볼지는 몰라도 마음속의 사랑이나 연민은

질타의 대상이 아니다.

 

언니가 그이를 먼저 만난건 사실이지만 몸으로 그이를 받아 들인건 나니까.

사람들은 말한다.

부부란 한 몸이다.

이 말은 한몸이 안 되었으면 부부가 아니란 말인 것이다.

 

그이에게 전화를 걸어 내 마음을 전하고 언니의 뜻을 전하려 했지만 그이는 전화를 받지 않는다.

그이가 나와의 하룻밤을 기억하지 못해도 상관이 없다.

이미 내 몸이 그이를 기억하고 있으니까.

 

난 이미 은지를 내 딸로 생각하고 보살핀다.

이젠 언니의 딸이 아니라 그이의 딸이고 나의 딸이다.

 

호텔의 손님들에게도 더 친절을 베풀었다.

그이가 없는 공백은 나와 뚜잇 언니가 메꾼다.

손님들은 불편함을 모르며 평소와 다름이 없다.

간혹 박 실장의 안부를 묻곤하지만 언니와 난 박 실장이 한국에 갔다고 애둘렀다.

 

뚜잇 언니는 나의 마음을 아는지 나에게 호텔의 업무를 잘 가르쳐 주며 주인으로 손님을 대할 것을

주문한다.

나도 그런 언니의 마음을 잘 안다.

 

하루 이틀이 지나고 연락이 없는 박 실장 때문에 초조해 지지만 난 내색하진 않았다.

언젠간 그이가 돌아올 것이다.

그는 도망치듯 자신의 자리를 외면 할 그런 사람이 아님을 잘 알기에.

 

 

 

 

 

 

은지라....

많은 상념속에 은지가 떠올랐다.

그 누구도 부인하지 못하는 나의 분신이다.

 

난 그런 나의 분신에게 해준게 없다.

엄마라 주장하기도 염치가 없다.

이젠 박 실장과 동생에게 은지를 부탁한 나.

내가 은지에게 해줄게 아무것도 없다.

 

무엇이 그리 사뭇친 것일까?

나의 삶을 살지 못한 나 자신에 대한 분노인가?

세월의 댓가로 받은 나의 병 때문인가?

 

갈곳을 잃어 부딪치고 있는 파도를 바라본다.

저 바다로 가면 어디가 나올까?

아마도 바다의 끝은 자유가 기다리겠지.

 

난 바다를 향해 걸어가고 있다.

지난 세월을 한탄해도 되돌릴 수 없는 것이 세월이다.

 

지난 과거가 모여 오늘이 된다.

지난 과거를 되돌릴 수 없듯.

오늘의 선택을 바꿀수는 없다.

 

난 이제 은지의 행복과 박 실장의 행복을 빌어 주련다.

또한 나의 잘못된 결과물인 은지를 풍이 책임져 줄 것을 빌어본다.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것은 이것이 전부다.

바다는 나를 점점 받아 들인다.

나와 바다가 한 몸이 되려는 순간이다.

 

바다와 한 몸이 될수록 또렸해지는 기억들..

이젠 나의 기억을 바다에 맞겨야 되겠다.

난 두 눈을 꼬옥 감았다.........

 

 

 

 

 

 

 

풍이 보여준 짱의 편지를 영어로 다시 적었다.

박 실장이 베트남어는 어느정도 하지만 글로 쓴 편지를 제대로 해석하긴 어려울 것이다.

베트남어의 성조 하나로 뜻이 바뀌기에 오해의 소지가 많다.

 

어려운 단어는 한국어 사전을 찾아 한글로 주석을 달았다.

짱의 마음을 충분히 전달 시키고 싶은 마음에서 그랬다.

 

난 짱과 박 실장은 인연이 아님을 잘 안다.

박 실장은 모르지만 짱을 향한 마음은 사랑이 아니라 동정임을.

 

사랑과 동정을 구분하지 못하는 박 실장.

그런 박 실장이 애처롭다.

 

몇 일이 지나도 박 실장은 연락이 없다.

아마도 긴 여행을 하려는 것 같다.

 

그러다 머리를 스치는 생각.

혹시..

혹시 그곳에 갔을까?

 

내가 박 실장이라면..

갑자기 떠이닌에 있는 바덴산의 절이 생각났다.

 

설마 거기 갔겠어?

혼자 간적도 없는데.

 

만일 박 실장이 그곳에 있다면.

내가 그를 찾아 그곳에 가는 것이 옳은 일인가?

조금 더 기다려 보자.

아마 박 실장은 그리 오래지 않아 다시 올꺼야...

 

 

 

 

 

 

 

 

 

 

사당에서 108배를 올린다.

평소 누구에게 의지하지 않았고 신의 존재 조차 무의미하게 생각하던 나.

 

그런 내가 108배를 올린다.

동작 하나 하나에 정성을 다하여 제를 올린다.

 

나의 모습을 지켜보던 스님.

저녁에 스님이 나의 방으로 왔다.

 

처사님[거사님] 무슨 근심이 있으세요?

스님이 묻는다.

 

난 좀처럼 입을 떼지 못했다.

머뭇거리는 나의 표정으로 스님은 마음을 읽는다.

 

 

여자 문제군요.

스님의 말에 말 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스님.

사랑인지 동정인는 모르지만 제가 지켜주던 여인이 있었습니다.

그녀와는 동침도 하지 않은 사이입니다.

 

그런데 그런 그녀에게 여동생이 하나 있습니다.

어쩌다 그 여동생과 동침을 했다면 어찌해야 하나요?

 

스님은 말 없이 생각을 하신다.

처사님[거사님]

인연이 무엇인지 아시나요?

 

우연이 아닌 필연적인 만남이 인연 아닌가요?

나의 대답에 빙그레 웃으시는 스님.

 

알듯 말듯 인연에 대하여 스님은 말씀을 하신다.

 

인연은 인(因)과 연(緣)이라는 두 글자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인은 직접적인 원인이 되거나 나의 의지가 개입된 것을 말합니다.

연은 간접적인 조건, 또는 내 의지와 무관하게 이루어진 조건과 관계를 의미 합니다.

 

또한 회자정리(會者定離)라는 고사성어가 있습니다.

만나면 언젠가는 떠나야 된다는 뜻입니다.

또 다시 누군가와 만남이 이어지고 그리고 헤어짐이 이어집니다.

대중가요 가사 중에 ‘만남도 헤어짐도 아픔인 것을 ~ ’이라는 가사가 있는데 불교에서는 만남도 인연이요,

헤어짐도 인연이라 합니다.

인연이 있어 왔다가 인연이 다해 갈 뿐이지요.

 

도대체 스님은 무슨 말을 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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