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말 닷컴버블이 무너졌다고 인터넷이 망하진 않았다. 오히려 구글, 아마존 같은 기업이 등장해서 세상의 변화를 만들었고,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인터넷 시대를 열었다. 지금 블록체인을 보면, 거품이 빨리 오긴 했지만 인터넷 역사를 거의 똑같이 따라가고 있다."
정지훈 다음세대재단 이사는 지디넷코리아 주최로 16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블록체인서울2019' 행사 기조연설에서 "역사에서 미래를 반추하면서 블록체인을 바라봐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이날 인터넷이 블록체인 발전 단계와 유사한 측면이 많은 것은 물론, 인터넷 발전의 연장선상에서 블록체인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며, 인터넷 발전 역사를 설명했다.
인터넷은 1960~70년대 등장했지만, 실제 일반이 쓰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 들어서다. 등장 후 산업화 단계에 이르기까지 20년 가까이 기술개발이 이뤄진 셈이다.
산업화 직후 대중화까지도 고비가 있었다. 제대로된 인터넷 서비스는 없었지만, 인터넷 기반이라고 하면 돈이 몰리는 '닷컴 버블'이 1990년대 말 발생한 것이다.
정 이사는 당시 닷컴 버블은 우리가 지난 2017년 블록체인 산업에서 목격한 것보다 훨씬 심각했다고 강조했다. 당시 인텔의 엔디 그로브 최고경영자(CEO)는 "실체 없는 기술로 거품이 형성되는 현상이 우리 미래를 망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고 그는 소개했다.
이어, 정 이사는 2000년에 이르러 금리가 오르면서 닷컴 버블이 꺼진 이후를 더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버블은 꺼졌지만 인터넷은 망하지 않았고 오히려 구글·아마존 같은 인터넷 서비스가 생기면서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인터넷이 생겼기 때문이다.
정 이사는 "이런 인터넷 발전 역사가 블록체인에 거의 똑같이 적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블록체인은 2009년 처음 등장한 기술이다. "기술 역사에서 아직 10년 밖에 안된 만큼 걸음마 단계"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인터넷이 20년 걸려 대중화된 것을 고려하면, 블록체인 대중화가 느리다고 실망하기엔 너무 이르다는 의미다.
그는 또 "투자관점에서 굉장히 빨리 거품이 생겼다 꺼졌는데 인터넷 발전 시기 닷컴 버블을 연상케 한다"며 이 역시 장기적으로 봤을 때 블록체인 산업에 자양분이 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러면서, 정 이사는 닷컴 버블이 꺼진 후 인디 그로브 CEO의 입장 변화를 소개했다. 인디 그로브는 당시 "거품 때문에 굉장히 많은 돈이 들어왔고 엔짐삼아 초고속 인터넷 망이 깔리고 우수한 인재가 들어왔고 그들이 새로운 혁신을 하면서 진짜 발전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됐다"고 닷컴 버블을 재평가한 바 있다.
■"블록체인 왜 쓰는지 잊지 말아야"
정 이사는 이날 인터넷 발전 역사에 미뤄 봤을 때 현재까지 블록체인을 긍정적으로 본다는 입장을 보이면서도, 블록체인이 실제 우리 미래를 바꿀 기술이 되려면 "왜 블록체인을 쓰는가란 질문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블록체인은 탈중앙화 기술로 등장했다. 그동안 정보 격차가 빅브라더를 포함해 사회적 문제를 심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지만, 그 심각성을 피부로 느낀 것은 최근이다. 탈중앙화 기술인 블록체인이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높여 줄 수 있는 기술적 기반이 돌 것이란 기대로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단지 기술만으로 탈중앙화 이상을 실현할 수 있는 건 아니다"는 게 정 이사가 강조하는 부분이다.
이 얘기는 이메일 서비스가 원래 분산화된 기술로 등장했지만, 지금은 웹메일이라는 매우 중앙화된 서비스로 변화한 것을 생각해 보면 이해가 쉽다.
정 이사는 "과거 이메일은 사용자가 클라이언트를 가지고 있는 구조였다. 분산화된 기술인 것이다. 하지만 요즘 이메일 클라이언트를 쓰는 사람은 없다. 모두 특정 기업이 제공하는 웹메일을 쓰고 그곳에 모든 정보를 담고 있다. 기업들은 그 정보를 이용해 돈을 벌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블록체인에서도 당초 탈중앙화 이상에서 벗어난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http://www.zdnet.co.kr/view/?no=20191016154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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