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개발자 200여 명이 비트코인의 프라이버시를 개선하고 확장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탭루트(Taproot)와 슈노르(Schnorr) 서명 등이 담긴 비트코인 개선제안서(BIP, Bitcoin Improvement Proposal)를 검토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암호화폐 수탁 업체 자포(Xapo) 소속 비트코인 핵심 개발자 앤서니 타운즈가 시작했다. 목표는 간단하다. 가능한 많은 개발자가 BIP를 검토하고 실제로 시행했을 때 안전할지 미리 다방면으로 검증해보는 것이다. 타운즈는 이렇게 하는 것이 “더 많은 사람이 최대한 빨리 BIP를 이해하는 지름길”이라고 설명했다.
프로젝트 발기인들은 이렇게 스터디그룹을 꾸린 것 자체를 ‘실험’이라고 표현했다. 이와 비슷한 모임을 지금껏 조직한 적이 없었고, 이 모임이 앞으로 어떻게 발전해갈지도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다. 타운즈는 앞서 체인코드(Chaincode)의 개발자 존 뉴베리가 운영했던 ‘주간 비트코인 검토 모임’이 이번 프로젝트의 모태라고 말했다.
BIP는 사실 누구나 검토할 수 있다. 또 검토한 결과 코드에 보안상 약점이 있거나 피드백이 필요하면 이를 알릴 수 있는 경로도 무수히 많다. 하지만 이를 정확히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탭루트의 프로젝트 개요에도 “BIP를 검토하는 법을 잘 아는 사람이 많지 않다. BIP를 이해하려면 그와 관련된 수많은 개념을 먼저 알아야 하는 것도 일종의 걸림돌”이라고 설명돼 있다.
스퀘어크립토(Square Crypto)의 프로젝트 매니저 스티브 리는 이렇게 대형 스터디그룹을 꾸리는 계획이 더 많은 개발자의 참여를 유도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라며, “세계 각지의 개발자들이 참여하고 있는데 그중에는 낯선 이름도 꽤 많다”고 말했다. 스퀘어크립토는 비트코인 기술 분야에서 혁신적 기업이자 상당한 규모의 투자를 직접 하기도 했다.
비트코인, 어떻게 바꿔야 할까?
코드 변경 제안서의 종류와 내용이 워낙 많고, 합의에 이르는 과정은 절대 순탄치 않다. 타운즈는 이를 3단계로 나누어 설명했다. 첫째, 변화의 필요성을 확인한다. 둘째, 변화를 실행할 코드를 작성한다. 셋째, 모든 비트코인 사용자가 새로운 코드를 받아들이게 설득해 변화를 실현한다.
그는 이번에 꾸린 BIP 스터디그룹은 이 가운데 첫 번째 단계를 밟고 있다고 설명했다. 스터디그룹 참여자들은 몇 가지 BIP, 즉 비트코인을 개선하기 위한 기술 제안서와 그 코드를 꼼꼼하게 검토하고 있다.
“세부 사항을 일일이 확인해가며 어떤 제안이 정말 실현 가능한지, 아니면 그림의 떡에 불과한지 판단해야 한다.” – 앤서니 타운즈
이 과정이 간단하지는 않지만, 우리는 지난 10년간 이미 여러 개의 BIP가 비트코인 코드에 반영되는 것을 목격했다. 그중 가장 잘 알려진 것은 물론 세그윗(SegWit, Segregated Witness)이다. 세그윗은 비트코인 사용자 저변을 늘리는 데 가장 중요한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되는 라이트닝(lightning) 네트워크의 기반을 닦은 변화였다.
개발자들은 이미 수년간 슈노르 도입 문제에 관해 토론해 왔고, 아직 코드에서 중대한 결함은 발견되지 않았다. 슈노르와 탭루트를 도입하는 것은 거의 확정적이다.
앞으로 BIP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은 더욱 커질 것이다. BIP 과정에 참여한 경험이 없는 개발자들은 전문가들의 자세한 안내를 받을 수 있다.
향후 2개월간 BIP 검토에 나선 개발자들은 소규모 그룹으로 나뉘어서 일주일에 4시간 이상 제안서와 코드를 세밀히 검토할 예정이다. BIP 그룹은 비트코인의 기반 기술을 수년간 책임져온 전문가들과 함께 질의응답도 진행하고 있다.
자발적인 제안
타운즈는 BIP 그룹이 형성된 것이 우연이었다고 설명했다. 탈중앙화된 비트코인 개발 프로세스가 종종 우연이었던 것과 마찬가지다.
개발자들은 인터넷 채팅 서비스 IRC(Internet Relay Chat)에서 비트코인의 변화에 대해 이야기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러한 채팅 그룹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으며, 비트코인 사용자라면 누구나 참여해서 비트코인 관련 기술서를 읽기도 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놓을 수 있다.
이러한 공개 채팅 중에 탭루트를 한 단계 발전시키는 주제에 관한 이야기가 나왔다.
“우리는 IRC에서 탭루트 제안서에 대해, 현재의 탭루트 BIP를 다음 단계로 발전시키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고, BIP의 시행 시기를 어떻게 판별할 수 있는지에 관해 의견을 나누었다. 몇 시간 뒤 개략적 초안이 나왔고, 그것이 이번 프로젝트의 시작이었다.” – 앤서니 타운즈
이제 두 달여가 지난 프로그램에서 볼 수 있는 자발성은 비트코인 개발 과정이 얼마나 유연한지를 보여주는 좋은 사례이기도 하다. 지금 이 과정을 이해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변화의 진원지가 될 수도 있다.
출처:https://www.coindeskkorea.com/6156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