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 암호화폐 리브라가 미국과 유럽 규제당국에 발이 묶인 틈을 타, 중국이 암호화폐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고 CNBC가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교역, IT, 5G 부문 뿐 아니라 암호화폐 시장에서도 미중 간 치열한 선두다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리브라 위기는 기회”…中, 내달 자체 암호화폐 출시 속도
페이스북이 야심차게 선보인 암호화폐 리브라는 최근 위기에 직면했다. 글로벌 결제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는 프로젝트 참여 기업들이 하나둘씩 이탈하고 있어서다.
지난 4일 온라인 결제업체인 페이팔에 이어 전자상거래 업체인 이베이, 카드회사인 비자와 마스터카드 등이 줄줄이 리브라 프로젝트에서 하차를 선언했다. 리브라가 지급결제 수단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기업들이어서 리브라 상용화 가능성에 찬물을 끼얹었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의 규제 당국이 강력 제재를 시사하고 있는 만큼 버티기가 힘들었을 것이란 분석이다. 암호화폐가 사이버 범죄, 탈세, 불법적인 마약 및 인신매매, 강도, 테러 등의 범죄 자금을 지원하는데 악용될 수 있는 만큼, 국가 안보 이슈라는 게 규제당국의 일관된 입장이다. 이에 일각에선 리브라 프로젝트가 사실상 좌초됐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리브라의 위기는 중국에겐 더할 나위 없는 기회가 되고 있다. 중국 인민은행은 지정학적 유리함을 앞세워 암호화폐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페이스북이 지난 6월 1년 이내에 리브라를 출시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뒤 중국은 암호화폐 개발에 더욱 속도를 높여온 것으로 전해졌다.
인민은행은 다음달 11일 중국 최대 온라인 쇼핑 축제인 광군제에 맞춰 17조원 규모의 독자적인 디지털화폐(CBDC·Central Bank Digital Currency)를 선보이겠다는 계획이다. 하루 거래액만 35조원에 달하는 광군제 기간에 CBDC 발행에 성공할 경우 암호화폐 시장을 선점하는 효과를 누릴 것으로 예측된다.
인민은행은 중앙은행이 발행했다는 점, 즉 정부가 인정한 법정화폐인 만큼 공신력을 가지고 있다는 이점을 내세우고 있다. 14억명의 내수 시장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파급력에서는 우위를 점할 것이라는 관측도 많다.
RBC캐피탈마켓의 애널리스트 마크 마하니와 재커리 슈워츠만은 이날 보고서를 통해 “만약 미국 규제당국이 궁극적으로 리브라 출시를 차단하고 자국 내 암호화폐 혁신을 장려하기 위한 규제 초안을 마련하지 않는다면, 중국의 CBDC는 전략적 우위를 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알리페이와 위챗, 유니온페이 및 다른 기타 메신저나 결제앱을 통해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 신흥국에서는 사실상 글로벌 암호화폐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RBC캐피탈마켓에 따르면 위챗은 매달 11억명의 유효 사용자를, 알리페이는 12억명의 연간 유효 사용자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그림=리브라 홈페이지)◇5G 이어 암호화폐 시장서도 美-中 기싸움
이같은 중국의 암호화폐 발행 계획이 리브라 역풍에 따른 어부지리처럼 보이지만 중국은 그간 암호화폐 개발을 적극 추진해 왔다. 앞서 지난 2014년 자체 디지털통화 도입 방안을 검토하기 시작해 ‘디지털통화 연구소’를 설립했고, 2017년에는 은행 직속 관련 기관도 신설했다.
리플의 브래드 갈링하우스 최고경영자(CEO)는 중국이 탈(脫)달러화에 매우 관심이 높다고 분석했다. 그는 CNBC에 “중국이 암호화폐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보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전략적이다”라며 “중국은 그동안 기축통화인 미국 달러화에 의존해 왔는데, 이젠 다른 통화를 만들어 전파하려 한다”고 말했다.
CNBC는 “중국의 자체 암호화폐 개발은 5G 시장에서의 선두다툼에 이어 암호화폐 시장에서도 미국과 중국 간 힘겨루기를 유발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앞서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제롬 파월 의장은 “디지털 통화를 주의깊게 보고 있지만 아직까지 적극적으로 발행할 계획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중국의 CBDC를 견제할 수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파월 의장은 “암호화폐는 아직 사이버 보안 문제 등 주요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았다”면서 “암호화폐가 정부 기관이나 중앙 은행에 받아들여지기에는 시기상조”라고 지적했다.
특히 페이스북 리브라 규제와 관련해선 “페이스북 리브라와 같은 대형 소셜네트워크(SNS) 기업은 대규모의 사용자를 기반으로 시장에 큰 영향력을 줄 가능성이 있다”며 “개인정보 보호, 자금세탁, 소비자 보호, 금융 안정성 우려를 해소하기 전까지 중단돼야 한다. 보다 높은 기준과 규제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시장조사업체 모펫네이던슨의 리사 엘리스 애널리스트 역시 “미국과 유럽의 규제 정책으로 달러화, 유로화, 엔화는 장기적으로는 안전자산으로서의 리더십을 유지하기 힘들 수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최선의 방어가 최고의 공격이 될 수 있다”며 “(각국) 정부와 규제당국이 보다 자금 흐름 및 통화 시스템에 가질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https://v.kakao.com/v/20191016121915419
-=-=-=-=-
- 땡글은 무단 복제를 허용하지 않습니다.
- 자신의 고유한 저작물이 아닌 경우라면 출처를 정확히 밝혀주세요.
- 뉴스 이외의 글 전문 전체를 복사해오는 것은 금지합니다.
- 본인의 글을 본인이 퍼오는 것은 문제없습니다. 저작권자가 본인이라면 이를 꼭 밝혀주세요
- 이 글은 읽고 지워주시기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