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조된 평양 컨퍼런스 “당신, 자산 토큰화 발표 좀 하시오”
북한 블록체인 행사에 가서 자금세탁 및 제재 회피 방안을 교육했다는 혐의로 미국에서 체포된 버질 그리피스와 관련해, 그와 함께 북한에 갔던 인사가 미 정부가 제기하는 혐의가 과장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 법무부가 그리피스가 “고도의 기술 정보를 북한에 제공했다”고 주장하는 가운데, 그리피스와 함께 지난 4월 북한을 방문했던 이탈리아인 파비오 피에트로산티는 코인데스크와 인터뷰에서, “제재는 전혀 주제가 아니었다”고 말했다.
피에트로산티에 따르면, 공식 명칭이 ‘평양 블록체인·암호화폐 컨퍼런스’인 행사 참석을 위해 일주일 동안 북한을 방문했지만, 실제 일정 가운데 이틀은 관광 일정으로 채워졌다. 피에트로산티는 “어떤 면에서 보면, 약간의 교육 일정이 첨가된 관광 여행이라 할 수 있다”며 “컨퍼런스가 외국인들이 방문할 수 있는 이유를 제공해준 꼴이었다”고 말했다. 관광 위주의 일정은 내년 2월로 예정된 2회 행사도 마찬가지다. 2월 22~29일 일정 가운데, 23일은 평양 관광, 26일은 판문점 방문, 27~28일은 마식령 스키 리조트 일정 등으로 채워져있다.
실제 컨퍼런스는 엉성했다는 게 피에트로산티의 평가다. 북한 참가자들이 40~60명 가량에 외국인 참가자는 10명도 되지 않았고, 외국인 참가자들은 북한 참가자들과 교류할 기회가 전혀 없었다. 북한 참가자들의 기술 지식 수준이 얼마나 되는지 알 수는 없지만, 질문 내용을 봤을 때 4~5명은 전문가로 보였다고 한다.
동시통역이 아닌 순차통역인 탓에 프리젠테이션 진행 속도는 매우 더뎠다. 누군가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 있으면 발표자와 통역이 되풀이되는 식이었다. 심지어 발표 도중 졸고있는 사람들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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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센서스 싱가포르 2018에 참석한 버질 그리피스. 출처=코인데스크
모든 발표 주제는 당국의 사전 검열을 통해 주최쪽이 사전에 결정했지만, 이틀 동안의 컨퍼런스를 채울 만큼은 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피에트로산티는 애초 발표자로 참석한 게 아니었음에도, 자신이 실제 전문성을 갖고있지도 않은 자산 토큰화에 대해 발표를 해야 했다고 밝혔다. 그는 “컨퍼런스 프로그램이 좀 급조된 것 같았다”고 말했다.
피에트로산티는 그리피스의 발표가 어떤 내용이었는지 잘 기억나지 않는다면서도, “지루했던 이틀 동안 다뤄진 내용은 구글에 찾아보면 다 나올 만한 기본적인 것들이었다”며 “그런 곳에서 정밀한 기술 이전이 이뤄졌다고 생각하는 것은 미친 짓”이라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인터뷰 이유가 그리피스의 무혐의를 주장하고 석방을 요구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피에트로산티는 앞서 30일 트위터에서 그리피스를 위해 증언할 뜻이 있다고 하기도 했다.
“나는 버질과 북한에 함께 갔다. 나는 그의 가족 그리고/또는 변호사와 접촉하고 싶다. 진술서를 보니 체포 영장 발부 과정에서 여러 문장이 잘못 쓰였거나 잘못 해석된 것 같다. 그의 선의를 증명할 증언을 제공할 뜻이 있다.”
피에트로산티는 약 10년 전 오픈소스 익명 웹브라우저 프로젝트인 토르(TOR)의 개발 커뮤니티에서 그리피스를 처음 만났다고 전했다. 그의 트위터를 보면, 자신을 사업가, 기술자, 투명성 옹호론자, 보안 문제 자문가, 프라이버시 활동가 라고 밝히고 있다.
피에트로산티는 “나는 항상 북한을 가보고 싶었다. 통제에 저항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라면 매우 흥미로운 곳”이라고 말했다. 피에트로산티는 참가비로 4400달러 가량을 지불했다고 했다.
평양 블록체인·암호화폐 컨퍼런스 홈페이지를 보면, 한국, 일본, 이스라엘 국적자가 아니면 참가가 가능하며, 언론인은 참가할 수 없다고 밝히고 있다. 참가비는 3400유로(베이징~평양 왕복 항공권 및 숙박, 교통, 통역, 행사 등)로, 지원서는 이달 말까지 이메일로 받는다고 밝히고 있다.
그리피스는 지난달 28일 로스엔젤리스 공항에서 체포됐으며, 그의 변호인은 2일 그가 보석으로 풀려나게 됐다고 밝힌 상태다.
출처 https://www.coindeskkorea.com/624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