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이더를 투자하는 한 트레이더입니다.
이더리움을 투자한지는 이제 1년이 넘었네요. 짧지도 길지도 않은 세월이지만 그동안 이더리움을 홀드하면서
많은 것들을 공부하고 생각해봤습니다. 하루에도 몇가지 재미있는 생각을 해보는데,
그 중 일부를 여러분들과 공유하고자 한번 적어봅니다.
최근 제 머릿속을 뒤흔드는 것은 암호화폐의 제도권 내 편입입니다.
이제 이더리움을 비롯한 비트코인 및 여타 암호화폐들은 상용화를 목적으로 분주히 움직이고 있고,
실제로도 결제시스템이 도입되는 등 몇 가지 흥미로운 시도들이 시도되고 있습니다.
그 중 비트코인과 이더리움...기타 다른 블록체인들은 탈중앙화라는 가치를 목표로 만들어졌습니다.
오롯이 한 개인이 그 어떤 대행자(은행, 국가)의 도움없이도
자신의 가치를 비트코인의 수량 그리고 이더리움의 수량을 '개인 키' 하나로 증명할 수 있죠.
어쩌면 먼 미래에 암호화폐가 달러 기반 시스템을 무너뜨릴지도 모르겠다고 생각도 해본 적 있습니다.
네. 생각해보면 대단한 일입니다.
내 가치를 은행을 통하여 '증명'하지 않아도 될 일이고,
더 이상 국가라는 시스템이 내가 얼마를 가졌는지 '증명'해주지도, 해줄 필요도 없는 일이 얼마나 혁신적인 일인지요.
그러나 이 위대한 업적에 앞서
다음과 같은 문제는 한번 짚고 넘어가야할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그것은 바로...
'탈중앙화라는 가치는 과연 시스템에 적응할 수 있는 가?'의 문제입니다.
인간은 본질적으로 이기적인 존재이고, 이기적인 존재이기에 우리는 시장을 형성하며
눈부신 발전을 해나가기도 합니다. 그러나 악의를 품는다면 누구도 모르게 그 어떠한 의도를 가지고
타인에게 해를 끼칠 수 있고 시스템(국가)을 위협하겠지요.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가령 A라는 사람이 보이스피싱 보스라고 합시다. 이렇게 모여진 범죄 은닉 자금이 1억, 10억, 100억이 되었다고 친다면
최소 시스템이라는 것들은 이를 붙잡고자 하고, 붙잡았을 경우 시스템(우리 사회에서는 경찰과 검찰)은 헌법에 명시된 것에 따라
A를 형법에 따라 재판에 회부할 것이며, 제3자인 법원은 판결로서 불법적으로 모집한 자금을 상당량 추적하여 회수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가령 현금이든, 부동산이든, 어떠한 물건이든 간에 '정의롭지 못하다'는 개인의 행위에 대하여, 다시 회복시킬 수 있을 것이며,
이에 따라 사회는 일정 부분의 손실을 메꿀 것입니다.
우리는 이런 사회에 살고 있습니다. 완벽한 인간이 아니기 때문에 보다 합리적인 '시스템'으로서 제도를 만들고 법을 만듭니다.
그리고 법은 이런 우리의 삶을 안정적으로 보장해주기도 하면서 때론 '강제력'을 행사하며 사회를 유지시킵니다.
하지만 이 '시스템'에 탈중앙화라는 가치가 현재의 시스템을 위협할 수 있는 큰 위기에 봉착합니다.
또 예를 들어봅시다.
A는 불법으로 모집한 자금을 이더리움으로 환전합니다.
그리고 해당 금액을 하드웨어 월렛으로 보내고
A는 해당 하드웨어 월렛에 적힌 일련의 시드키를 암기한 후 하드웨어월렛을 파기합니다.
이때 법원은 A에게 어떤 강제력을 행사하여 불법자금을 회수할 수 있을 것인지 생각해봅시다.
A가 은행을 통해 거래소로 불법자금을 보낸 것은 명백하며, 불법자금이 시장에서 이더로 환전되었음은 명백하고
해당 주소에 불법자금을 환전한 이더리움이 있는 것은 명백합니다.
하지만 그 불법자금은 이제 A만이 통제할 수 있는 지갑 속에 있습니다.
A는 뻔뻔하게 주장합니다. "그 주소로 보낸 이더리움이 내께 맞다. 그러나 나도 개인키를 모른다."
현재로선 눈 앞에 뻔히 불법자금이 세탁된 것이 추적되고, 해당 개인 계좌가 보이지만
그 누구도 해당 이더리움에 대해 제재를 가할 수 없습니다.
여기에 이제 이더리움에 도입되려는 영지식증명의 도입은 나를 온전히 보호할 수 있는 장치가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은닉의 도구가 될 수도 있겠지요. 그리고 현재의 Z-CASH의 자금은 추적조차 불가능하지요.
압류, 가처분, 법원 강제경매. 임의 경매 등등....부동산과 현물자산에 대해서는
법원이라는 제3자는 개입하여, 집행할 수 있고, 비로소 한 개인의 일탈에 강제력이 동원되어
인간이 만든 사회를 안정시킬 수 있는 선진화된 사회에 살고 있는 우리들입니다.
그러나 탈중앙화라는 것은 이토록 우리가 이룩해 놓은 시스템을 복원조차 시킬 수 없는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현재로서 해당 이더리움 지갑에 있는 불법자금을 다시 중앙화된 거래소로 강제적으로 복구시켜, 해당 이더리움을 다시 시장에
내다 판 후에 법원에 환수하게끔 할 수 있을까요?
다수에 의해 합의되지 않는 이상 현재 블록체인에서는 불가능하겠지요.
합의된다고 하더라도, 꼭 그 다수가 과연 정의로운지에 대해서는 부차적으로 따져볼 문제일 것이고,
무엇보다 모든 노드들이 인정하게끔 할 수 있는 '절대적으로 옳은 권위자'를 인정한다면
탈중앙화라는 가치는 의미가 없어질 것입니다.
'혁신'이라고 불리우는 탈중앙화가 어쩌면 '극복'의 대상이 될 지도 모른다는 이야기입니다.
너무 국가주의적인 발상이시라고 생각하신다면 어쩔 수 없습니다.
필자는 자유로운 인간의 가치를 지향하지만 '정의'라는 관점으로 볼때,
인간보다는 현재 만들어진 제도가 1%는 더욱 합리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국가가 통제할 수 없는 탈중앙화된 블록체인에 취할 스탠스는 무엇일까요?
도박, 사행성 따위의 블록체인의 '블'짜도 모르는 우리나라 법무부 장관의 발언과는 다른 맥락으로서,
국제사회가 공조하여 제재를 가한다는 발상은 매우 자연스럽게 보입니다. 퍼블릭 블록체인의 시장 가치를 자연스럽게 떨어뜨려, 누구도 사용하지 않게 만들고, 동시에 프라이빗 체인을 구축하여 시스템에 블록체인을 포섭하는 것이 현재로선 가장 쉽지 않을까요?
그러나 저는 가끔 두번째로 상상을 해보기도 합니다.
이더리움 내에 각 국가의 법원을 인정(포섭?)하고, 집행권원의 존재를 인정하는 미래입니다.
코드로서 법원의 압류, 가처분의 효력을 따르도록 할 수 있는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입니다.
상상만해도 도입은 될지? 어떻게 도입될지? 재밌어집니다. 블록체인 내에 국가의 존재를 인정하는 것이 아직 상상이 안가는군요.
어쩌면 위험한 발상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물론 후자의 상상보다는 앞에서 말한 국가가 블록체인을 '포섭'하는 것이 더 가능성이 크겠지요.
다만 세상은 항상 제가 예상한 것보다 훨씬 더 상상력이 뛰어나기에
이번에도 그러하길 바라면서 글을 마치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