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평소 존경하던 유시민 작가의 과격한 발언에 조금 충격을 받았다. 민주주의는 힘들고 오랜 시간이 걸린다더니 암호 화폐에 대해서는 가차 없이 조롱하고 비웃고 도박으로 매도하며 폐쇄해야 된다고 말을 했다.
그의 발언에는 대중을 무지한 존재로 단정하고, 그들을 일일이 계몽하기는 힘드니 반대편에서 그들의 돈을 털어먹는 존재를 없애야 하며, 그 과정에서 일일이 선별하기는 시간이 촉박하니 ‘무고한 희생자’가 생기더라도 일거에 쓸어버리자는 과격한 논리가 들어 있다. 사기꾼이 사기를 치면 그 사기꾼만 잡아 없애야 하는 게 당연함에도, 그는 사기꾼이 그 집단에 포함되어 있으니 그 집단 전체를 없애야 한다는 주장을 한 것이다.
그렇다면 주식 사기는 어떤가? 누군가 주식으로 사기를 치면 사기꾼만 잡으면 되지 주식시장을 없애야 하나?
사이비 종교는 어떤가. 누군가 종교로 사기를 치면 사이비 교주만 잡으면 되지, 종교 자체를 금지해야 하나?
유시민의 주장은, 방향도, 방식도 잘못됐다. 무슨 코인인지도 모르면서 마구 돈을 집어넣는다면, 그 개인을 계도해야 한다. 그 코인은 사기라고. 그런 거에 전 재산 몰빵 해서 날리지 말라고 그 개인을 지적해야 한다.
혹은 누군가 코인으로 사기를 치면, 그 사기꾼을 잡아야 한다. 그게 사기인지 아닌지 모르겠으니, 일단 코인은 모두 사기, 모두 도박, 모두 금지해야 한다는 것은, 평소 범인을 못 잡더라도 억울한 피해자는 만들지 말아야 한다던 유시민 자신의 논리에 중대하게 위반된다.
코인개발자들이 모두 사기꾼인가? 이러한 투기 열풍이 우려된다며, 이런 식이면 개발마저 중단할지 모른다던 이더리움의 개발자 비탈릭 부테린이 사기꾼인가? 자신이 가진 코인으로 인해 좋지 못한 오해를 받는 게 싫다며 자신이 소유한 모든 코인을 정리하고도 여전히 코인 개발에 매진하고 있는 라이트코인의 개발자 찰리 리가 사기꾼인가?
정부가 해야 할 일은 개개인에 대해 투자는 자신의 책임이며, 투자 하기 전에 잘 알아보라고 계도를 해야 한다. “코인이 뭔지는 잘은 모르지만 투기성으로 보이니 하지 말라”가 아니라, 정부가 나서서 코인에 대해 공부하고 장래성이 있는 코인은 오히려 관심을 가져야 하며, 스캠처럼 보이는 것들에 대한 가이드를 제시하면 안 되겠나? (물론 그럴 경우 정부가 투기를 조장한다는 비난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혹은 코인 개별 상장 심사 제도 같은 것이라도 도입해서, 좋은 코인은 상장 허용하고, 스캠이 명확한 것들을 정부가 나서서 제거하되 나머지는 투자자들에게 판단을 맡기면 안 되겠나?
어쨌건 몽땅 사기도박으로 규정하고 규제할 생각만 하는가? 그것이 억울한 피해자를 만들 것이란 생각은 안 드는가?
사람들은 바보가 아니다. 인터넷이 세상을 바꿀 것을 미리 알아챈 사람들은 지금 모두 세계의 산업을 주도하는 최고 부자들이 되었다.
코인을 개발하고 거기 투자하는 사람들 역시 바보라서 그 사기도박에 투자를 하는 줄 아는가? 거기에는 물론 사기꾼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다른 분야는 안 그런가? 깨끗한 물에는 물고기가 없다. 마찬가지로 먹을 게 많으면 오만 잡놈이 모여들기도 한다. 그렇다고 해서, 거기 있는 물고기가 모두 해악종인가? 그렇다고 그 해악종을 잡기 위해 독을 풀어 다른 멀쩡한 고기들까지 다 죽일 셈인가?
유시민의 과격한 논리는 그가 평소에 하던 말과 너무 맞지 않는다. 어리석은 투자자들에게 경고를 하고 사기꾼은 잡아라. 하지만 모든 코인을 사기로 몰아가지는 말라.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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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리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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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암호화화폐 커뮤니티 땡글~ 땡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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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간 극단적인 발언들이 있었지만 크게 틀린이야기 하지 않았다고 생각하는데 글 제목이 조금 오해를 살 수 있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