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적하게 쌓여 있습니다.
할 일이
산적하게 쌓여 있는 것이 아니라
인간관계가 산적하게 쌓여 있습니다.
삶이 어렵고 힘들 때,
상황이 감당하는 범위를 넘어선다고 느낄 때,
그럴 때는 할 일이 산적하게 쌓이는 수준을 넘어서는 때입니다.
그때부터는
인간관계가 산적하게 쌓이게 됩니다.
연락해야 했는데 연락을 하지 못했고
연락해야 하는데 연락을 하지 못하고
연락이 생각도 나지 않고 그럴 힘도 없어서 스스로 두절이 됩니다.
연락이 되려면 연락을 하든지 받든지 해야 하는데
연락의 힘이 없어서 하지도 못할뿐더러 받지도 못하는 상태가 옵니다.
인간관계가 산적하게 쌓여있고, 또 쌓여갑니다.
* * *
하나씩 풀어가야 하겠습니다.
큰 거 말고, 문자로 작게 안부부터 시작입니다.
“잘 지내지? 건강하고? 보고 싶다. 한번 보자.”
아니면 버스에 앉아서 멍하니 있을 때 다른 거를 하지 말고 안부 문자를 날립시다.
그가 살아있는지 알려고 날려야 하지만
내가 살아있다고 알려야 하기에 또한 날려야 합니다.
두세 줄도 괜찮습니다. 안부만 전하고 그만 말해도 괜찮습니다.
버스에서, 전철에서, 아니면 공원 벤치에 잠시 앉아서,
연락할 힘도 없는 사람으로서
연락받을 힘도 없는 사람들에게
두세 줄 안부만 물어도
어느새 연락의 산적함은 짐이 아니라 재미임을 느끼고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