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화 칼럼] 시민 참여의 거버넌스 혁신
[이민화 벤처기업협회 명예회장]
한국에는 두 부류의 집단이 있다. 조직화된 집단과 비조직화된 집단이다. 산업화 과정에서 조직화된 그룹 재벌들이 성장의 과실을 쓸어 갔다. 이어서 민주화 과정에서 조직화된 대기업, 금융계, 교육계, 공공기관의 직원들이 추가 분배를 받았다. 그 결과 국민소득이 80% 상승할 때 비조직화된 하위 90%의 소득은 오히려 10% 이상 감소했다. 소득 분배가 생산성이 아니라 조직화에 비례한다는 것이 한국의 불편한 진실이다.
30년 전 한국의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 격차는 없었다. 그런데 지금은 두 배까지 확대됐다. 소득의 양극화와 대ㆍ중소기업의 임금 격차 확대는 조직화 세력의 일란성 쌍둥이로 인식해야 한다. 대기업의 고임금은 생산성이 아니라 조직화의 힘이다. 파업을 할 수 있는 조직화된 직장의 임금이 한국 평균의 3배에 달하고, 심지어 동일 노동을 하는 대기업과 협력 업체 임금 차이가 2배에 육박하고 있지 않은가. 그 결과 생산성을 넘는 임금을 지불하게 된 대기업은 자동화, 글로벌화와 더불어 협력업체 쥐어짜기로 대응하게 된 것이다. 여러 연구기관에서 보고서를 통해 한국의 비정상적인 대·중소기업의 불공정 거래를 지적하고 있으나, 근본 원인이 조직화된 힘이라는 것은 간과하고 있다.
90%의 비조직화된 국민은 대기업, 금융기관, 공공기관의 파업을 나의 문제는 아니라며 수수방관하고 있다. 그런데 국부의 증가가 없는 제로섬 게임에서 생산성을 넘는 고액 분배의 결과는 조직화하지 않은 집단의 수입을 감소시킨다. 그래서 청년들이 실업자가 되더라도 중소기업에 가지 않은 결과, 일자리 부족과 일손 부족이 공존하는 한국의 문제가 발생하게 됐다.
지난 20년간 대한민국은 재벌과 전문직의 상위 1%와 조직화된 차상위 9%의 소득이 각각 7%와 22%에서 13%와 35%로 급증했다. 29%가 48%로 증가한 것이다. 생산성을 초과한 임금은 조직화 능력에서 비롯됐다. ‘생산성에 비례하는 소득’이라는 대원칙으로의 복귀 대안은 두 가지다. 첫째는 조직화된 10%의 개방이고, 또 하나는 비조직화된 90%의 조직화다. 과연 우리는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가.
우선 개방을 촉진해야 한다. 한국의 개방 분야 경쟁력은 세계 10위권이다. 비개방 조직화된 금융, 교육, 공공, 행정, 노동의 경쟁력은 OECD 최하위권이다. 저생산 고임금의 5대 비개방 분야는 인재의 블랙홀이 돼 우수 인재들을 흡수, 국가 경쟁력을 이중으로 떨어뜨리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세계경제포럼(WEF)의 최근 보고서도 한국의 양대 문제로 전 세계 최하위권의 규제와 노동의 경직성을 꼽고 있다. 각각 1%의 진입 장벽과 9%의 투쟁 역량이 대의 정치를 통해 발현된 결과다. 지금까지 한국 정치는 조직화된 세력을 뒷받침해왔다. 한국의 재벌과 노동과 정치의 동시 개혁이 국가 최우선 과제가 돼야 하는 이유다. 네거티브 규제 원칙으로 진입장벽을 없애고 동일 노동 동일 임금이라는 생산성 비례 분배 원칙의 확립이 양대 국가 혁신 과제다. 그리고 사회안전망을 구축해야 한다.
그러나, 상위 10%의 개방에만 의존해서는 문제 해결이 불가능하다. 하위 90%의 조직화가 병행돼야 한다. 90%의 조직화는 오프라인 세상에서는 실질적으로 불가능하나, 온라인 세상에서는 가능하다. 온라인상에서 무비용, 실시간, 비밀, 직접 투표가 가능한 직접 민주제의 확대가 유일한 대안이 될 것이다. 이제 신뢰를 제공하는 기술인, 블록체인 혁명이 이러한 문제 해결 대안으로 거번텍을 제공하고 있다. 동창회, 아파트와 같은 임의 단체에서 정당과 지방자치단체, 중앙정부에 이르기까지 구성원들의 뜻을 반영하는 블록체인 스마트 투표가 가능해진다.
여기에 다양한 정책 의견을 제시하는 싱크탱크들이 경쟁하는 정책 시장이 열리면 비로소 숙의 민주제도 가능해진다. 소외된 90%가 참여하는 거버넌스 혁신으로 대한민국의 미래를 열어 가자.
(1) 조직화된 대기업의 노동자가 비조직화된 중소기업/하청기업의 몫을 빼앗간 주범인양 그림을 그립니다. 임금격차의 주범은 대기업의 시장독점/생산의 하청계열화, 그리고 이를 법적 조직적으로 엄호해주는 국가/입법/행정 기관의 연합작품입니다. 노노간의 밥그릇싸움으로 문제를 호도하는 해서는 계속 문제의 본질은 건드리지 않고 겉만 가지고 이슈화하게 됩니다.
(2) 과연 "비개방 조직화된 금융, 교육, 공공, 행정, 노동의 경쟁력"은 개방을 통해 해결될 것인가? "최하위권의 규제와 노동의 경직성"이 "탈규제와 노동의 유연화"로 바뀌면 과연 문제가 해결될 것인가?
문제는 규제자체가 아니라, 누구를 위한 규제인가를 생각해봐야 될 것 같습니다. 일방적인 탈규제와 개방이 만능통치가 되지 못한다는 것은 이미 많은 사례들에서 보여졌습니다. 지금까지 대기업의 독점적 지위를 보호해왔던 규제는 과감히 없애야겠지만, 반대로 스타트업과 경쟁력있는 중소기업들이 불리한 비공정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법적 지원은 더욱 확대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노동의 유연화라는 명분으로 더욱 많은 정규직이 비정규직이나 임시적으로 전환되는 것을 막고, 이들의 조직적인 지위를 담보해낼 법적 기반마련도 시급한 상태입니다.
"경쟁력", "탈규제","유연화"라는 개념이 지극히 대기업적인 입장에서, 자본의 입장에서 일방적으로 해석되는 것에 매우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습니다.
(3) 블록체인을 비롯한 탈중앙화된 기술과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네트워크의 확대가 직접민주주의를 위한 하나의 기술적 조건을 만들어 주는 것은 맞지만, 기득권자들이 스스로 이러한 자신들의 기득권을 포기하고 이 기술을 보다 광범위한 대중적 참여를 바탕으로 한 민주주의 확대로 이용되는 것을 쉽게 받아들이지는 않을 겁니다. 새로운 거버넌스 모델의 출현은 결국 그것이 기존의 구조를 뒤바꿀만한 사회운동이 될 때만 가능하다고 보는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