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 140억 대박난 줄 알았는데"…깜빡 속아 마약 운반한 50대 여성
해외 은행 계좌에 본인 명의로 1000만 달러(138억원)가 예치되어 있다는 말에 속아 마약을 운반한 50대 여성이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올해 3월 11일 A(51·여)씨는 모르는 인물로부터 황당한 메일을 받았다. 메일을 보낸 인물은 "브라질 상파울루에 가서 '자금 이체 문서'에 서명하라"라며 "다시 그 서류를 들고 캄보디아로 가서 현지 은행에 제출한 뒤 1000만 달러를 찾아가라"고 안내했다.
대신 그는 이 거래를 도와주는 대가를 요구했고, A씨는 "받는 돈의 1%(1억3000만원)를 나눠주는 걸로 생각한다"고 답했다.
황당한 이 제안을 전해 들은 직장동료들은 "사기 같다"고 했지만, A씨는 과거에 투자한 가상화폐가 자신도 모르는 어딘가에서 거액의 수익을 냈을지도 모른다고 믿었다.
실제로 그는 한 달 뒤 브라질행 비행기에 올라탔다. A씨는 올해 4월 29일 한국에서 출발해 아랍에미리트 두바이를 거쳐 다음날 상파울루에 도착했다.
그는 올해 5월 4일 상파울루 현지에서 이름을 알 수 없는 또 다른 인물을 만나 여행용 가방을 넘겨받았고 이 인물은 "캄보디아에 있는 은행 직원에게 줄 선물"이라고 했다.
A씨는 상파울루에서 이 여행용 가방을 위탁 수하물로 맡긴 뒤 여객기를 탔고, 인천국제공항을 경유해 캄보디아로 가려다가 한국 세관 직원들에게 적발됐다. 그가 마약을 운반한다는 첩보를 입수한 미국 마약단속국(DEA)이 사전에 한국 세관에 알렸기 때문이다.
조사 결과 A씨가 위탁 수하물로 부친 여행용 가방에는 시가 11억2000만원어치의 코카인 5.7㎏이 들어있었다. 이 코카인은 블록 모양의 제모용 왁스 100개로 특수 제작돼 눈으로는 마약이라고 알아채기 어려웠다.
검찰은 A씨가 여행용 가방에 마약이 든 줄 알고도 범행했다며 지난 5월 구속기소 했고, 보도자료까지 내 언론에 사건 개요를 알렸다. 그러나 A씨는 법정에서 "브라질에서 받은 여행용 가방에 코카인이 들어 있는 줄은 전혀 몰랐다"라며 "마약을 밀수하려는 고의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법원도 사기를 당한 A씨가 자신도 모르는 사이 마약 운반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인천지법 형사15부(류호중 부장판사)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마약 혐의로 기소된 A(51·여)씨의 국민참여재판에서 무죄를 선고했다고 10일 밝혔다.
국민참여재판에 참여한 배심원 7명 전원이 A씨에게 유죄를 선고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으나 재판부는 다른 판단을 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명백하게 신빙성이 떨어지는 제안을 받고도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해외로 나갔다"며 "여러 정황을 보면 여행용 가방 안에 마약이 들어있다는 사실을 알고도 국내에 반입한 게 아닌지 의심이 들기는 한다"고 전제했다.
다만 "피고인에게 처음 메일을 보낸 인물이 자신의 여권 사본과 함께 위조한 문서를 함께 첨부했다"라며 "이런 사기행위에 속을 사람이 전혀 없을 거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어 "피고인은 '해외에 가지 않고 (한국에서) PDF 파일에 서명해서 서류를 보내면 안 되느냐'고 상대방에게 묻는 등 사기라고 생각했다면 하지 않을 말과 행동도 했다"며 "'투자한 가상화폐가 거액의 수익을 냈을지 모른다고 생각했다'는 피고인 주장도 (무작정) 배제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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