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라나 견제하는 '이더리움 아버지'?…창업자 간 묘한 '신경전' 화제
"비탈릭 vs 아나톨리 묘한 신경전 화제"
"주요 기관, 이더리움보다 솔라나 선호"
"사용자, 자본도 솔라나로 이전하는 추세"
"이더리움, 파편화된 레이어2 유동성 통합해야"
최근 비탈릭 부테린 이더리움(Ethereum, ETH) 창립자의 말이 많아졌다. '이더리움 킬러'로 불리는 솔라나(Solana, SOL)의 존재감이 나날이 커지면서 경쟁 의식을 드러내는 것으로 해석된다.
앞서 지난달 15일(현지시간) 비탈릭은 자신의 X(옛 트위터)를 통해 "레이어1 프로젝트 설립자가 더 빠른 블록체인(Chain go fast)을 강조하면서 '안전성', '검열', '탈중앙화'와 같은 중요한 가치를 언급하지 않는다면, 그들의 우선순위가 속도에 치우쳐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특정 '레이어1 프로젝트'를 겨냥한 듯한 발언을 내놨다.
블록체인 업계 관계자들은 비탈릭이 지적한 '레이어1 프로젝트'가 솔라나라고 추정했고, 급기야 솔라나의 창립자가 직접 등판했다. 아나톨리 야코벤코 솔라나 창립자는 비탈릭의 해당 게시물에 "충분히 빠르면 탈중앙화는 따라오는 것"이라는 답글로 응수했다.
이를 두고 최근 솔라나가 이더리움을 능가한다는 지표가 속속 나오면서 비탈릭의 긴장감이 높아지는 것이라는 추측과 함께 "비탈릭이 솔라나와의 경쟁을 지나치게 신경쓰고 있다"라는 지적마저 나오고 있다.
실제 솔라나에 대한 시장의 관심은 그 어느 때보다 예사롭지 않다.
(왼쪽부터) 호세 페르난데스 다 폰테 페이팔 가상자산 부문 총괄, 쉐라즈 쉬어 솔라나 재단 결제 부문 헤드/사진=이수현 블루밍비트 기자
먼저 기관들의 관심이 솔라나로 쏠리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가상자산(암호화폐) 은행 시그넘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주요 금융 기관이 이더리움의 안정성과 보안 이점보다도 솔라나의 확장성을 선호하고 있다. 다수의 전통 금융 기관이 솔라나에서 토큰화 플랫폼 및 스테이블코인을 출시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비자(Visa)는 USD코인(USDC)를 이더리움에 이어 솔라나에서 출시했고, 페이팔 역시 지난 5월 스테이블코인 PYUSD를 이더리움에서 솔라나로 확장한 바 있다.
호세 페르난데스 다 폰테(Jose Fernandez da Ponte) 페이팔 가상자산 부문 총괄은 지난 9월 싱가포르에서 개최된 솔라나 행사 브레이크포인트 2024에서 "페이팔이 처음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한 것은 이더리움 블록체인이었으나, 이더리움이 결제에 필요한 속도와 처리 능력이 부족하다는 것을 발견했다"라며 "솔라나의 거래 처리 속도와 확장성이 우리가 솔라나를 선택한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말했다.
또한 글로벌 자산운용사 프랭클린 템플턴 또한 솔라나에서 뮤추얼 펀드를 출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뮤추얼 펀드를 솔라나에 출시하게 된 이유에 대해 마이크 리드(Mike Reed) 프랭클린 템플턴 디지털 자산 파트너십 개발 책임자는 "솔라나의 빠른 트랜잭션 처리 속도와 저렴한 비용, 현대적인 아키텍처가 선택 요인이 됐다"며 "솔라나 블록체인 생태계는 빠른 자금 이동과 시스템의 비용 효율성을 제공해 기업과 사용자 모두에게 이점이 있다"고 전했다.
사진=블록웍스 캡쳐
솔라나의 '실질 경제 가치' 또한 이더리움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실질 경제 가치'는 네트워크 총 거래 수수료와 최대 추출 가능 가치(MEV)를 더한 값으로, MEV는 채굴자나 검증자가 블록 내 거래 순서를 움직여 얻을 수 있는 추가 수익을 의미한다.
블록웍스 리서치에 따르면 지난달 19일 기준 솔라나의 '실질 경제 가치'는 약 707만2900달러로, 423만9500달러의 이더리움을 넘어섰다. 이후 24일 사상 최고치(약 1108만9500달러)를 돌파했다. 반면 이 날 이더리움의 실질 경제 가치는 약 379만8700달러에 불과했다.
이더리움의 인프라적 한계로 인해 사용자와 애플리케이션, 자본 등이 솔라나로 이전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안몰 싱(Anmol Singh) 제타마켓 공동 창업자는 "이더리움 메인넷의 한계로 더 빠르고 확장성이 좋은 솔루션에 대한 수요가 증가했다"라며 "이로 인해 이더리움의 사용자와 애플리케이션, 자본이 레이어2 솔루션 및 솔라나와 같은 경쟁 블록체인으로 이전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가 인용한 지난 10월 a16z 보고서에 따르면 솔라나의 월간 활성 주소 수는 약 1억개였으나, 이더리움 및 이더리움가상머신(EVM) 체인의 총 월간 활성 주소 수는 약 5700만개에 불과했다.
또한 디파이라마 데이터에 따르면 이더리움의 총예치금(TVL)은 지난 6월 1일(약 663억달러) 이후 꾸준히 감소하면서 11월 1일 기준 약 481억달러를 기록했다. 5개월 동안 200억달러 가까이 감소한 것이다. 반면 같은 기간 솔라나는 48억달러에서 60억달러로 증가했다.
이처럼 솔라나가 빠르게 이더리움을 추격하고 있는 주요 비결로는 '기술적 장점'이 꼽힌다.
솔라나는 '단일 레이어 구조'로 빠른 거래 처리 속도와 저렴한 수수료를 제공하며, 많은 사용자와 유동성을 빠른 속도로 확보해 나가고 있다. 반면 이더리움은 대량의 거래를 레이어2 솔루션 위에서 처리한 뒤, 결과 데이터를 이더리움에 기록하는 형태의 '모듈식 확장 전략'을 채택하면서 사용자와 유동성이 파편화돼 있다는 점이 한계로 지적된다.
장경필 쟁글 리서치 센터장은 "이더리움의 레이어2 솔루션들은 서로 분산된 상태라 유동성과 사용자가 파편화돼 있다"라며 "이더리움이 현재의 부진한 상황을 타개하려면 파편화된 유동성을 통합하고 최적화해 사용자들이 보다 매끄럽게 이더리움 네트워크를 사용할 수 있도록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밝혔다.
장 센터장은 "최근 이더리움은 한계를 돌파하기 위해 레이어2 옵티미즘(Optimism, OP)에서 OP 스택 기반으로 구축된 레이어2를 통합하는 슈퍼체인을 만들려고 하거나, 샤딩 등 차세대 기술로 이더리움 메인 네트워크의 속도와 효율을 근본적으로 개선하려는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라면서 "결국 이더리움의 모듈식 전략은 이더리움 위에 구축된 다양한 레이어2 생태계가 통합된 유동성과 뛰어난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면서, 이더리움이 이들의 필수적인 허브 역할을 담당할 때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15/0005054239?sid=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