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毒 든 업비트' 마신 케이뱅크…IPO 연기에 비씨카드도 '발등에 불'
금융위원회에 증권신고서 철회신고서 제출…2번째 상장 연기
최대 주주 비씨카드 부담감↑…풋백옵션 리스크 우려
증권가 "비씨카드 위해 서둘러 IPO 완료해야 하는 상황"
두 번째 기업공개(IPO)에 실패한 케이뱅크가 기업 대출 성장 계획에 차질이 생기자 최대 주주인 비씨카드(BC카드)에 대한 풋백옵션(환매청구권) 리스크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약(藥)으로 작용했던 가상화폐 거래소 업비트가 오히려 독(毒)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케이뱅크는 지난 18일 금융위원회에 증권신고서 철회신고서를 제출하고, 이달 말 상장을 목표로 추진하던 코스피 상장 계획을 미루기로 했다. 기관투자자 수요 예측 결과에서 성공적인 상장을 위한 투자 수요가 부진했던 탓이다.
케이뱅크가 상장을 연기한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지난 2022년 6월에 기업가치 7조~8조원 규모로 IPO를 준비했으나, 금리 인상과 증시 침체가 맞물리자 상장 추진을 철회했다.
최정욱 하나증권 연구원은 "수요예측 결과가 기대보다 부진했던 것이 주요 배경"이라며 "높은 업비트 의존도와 가상자산 리스크 전이 가능성 등에 대해 정치권에서도 국정감사 중 우려의 목소리를 내면서 사실상 쉽지 않은 분위기였다"고 분석했다.
이어 "공모가격 외에도 상장 직후 유통가능물량이 37%에 달하는 점과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시행에 따른 이자 부담 증가, 순이자마진(NIM) 하락 우려 등도 부담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덧붙였다.
두 번째 IPO에도 실패하면서 최우형 케이뱅크 행장의 어깨가 더욱 무거워졌다. 그간 케이뱅크는 유가증권시장 입성을 통해 수익 다각화를 강조해왔다. 그러나 상장 이후 자본으로 편입되는 7250억원 규모의 재원으로 중소기업·개인사업자 대출을 확대해 수익성을 높이겠다는 경영 전략도 물거품된 것이다.
최 행장은 지난 15일 "기업 대출을 상장 이후 수익성 확보 전략으로 내세운다"며 "상장으로 들어오는 신규 자금은 올해 출시한 사장님 담보대출 재원으로 주로 쓸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런 영향으로 케이뱅크의 최대 주주인 비씨카드도 경영 리스크를 피할 수 업게 됐다. 앞서 비씨카드는 지난 2021년 6월 케이뱅크 유상증자 과정에서 재무적 투자자(FI)를 대상으로 손실을 보전해주는 풋백옵션 계약을 체결했다.
케이뱅크 IPO가 오는 2026년 7월까지 이뤄지지 않을 경우, 투자자들은 BC카드에 동반매각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 이에 따라 BC카드는 이들 투자자의 요구에 따라 제삼자에게 케이뱅크 지분을 함께 팔거나, 콜옵션 행사를 통해 투자자 지분을 사들여야 한다.
최 연구원은 "비씨카드 풋백옵션 때문이라도 서둘러 IPO를 완료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상장예비심사 승인 효력이 내년 2월까지 유지되는 만큼 케이뱅크가 공모구조를 변경해 내년 초 다시 상장작업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최우형 케이뱅크 은행장 자료 이미지. [케이뱅크 제공]
게다가 케이뱅크가 최근 IPO를 위해 영업수익을 무리하게 잘못된 방법으로 증가시키려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어, IPO 삼수 실패라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낳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인터넷전문은행의 가계신용대출 관련 자료에 따르면 지난 8월 말 기준 케이뱅크에서 신용대출을 받은 20대 이하 차주의 연체율은 4.05%다. 이는 지난 2021년 12월 말보다 2.29%, 지난해 말보다 0.28% 상승한 수치로, 3년이 되지 않는 기간 동안 연체율이 2배 넘게 올랐다.
연령대별로 살펴보면 지난 8월 말 기준 30대(1.98%), 40대(1.63%), 50대(1.86%) 등은 1%대를 기록하며, 20대 이하와 큰 차이를 보였다. 청년층이 비대면으로 간편하게 대출받을 수 있는 인터넷은행에서 신용대출을 쉽게 받으면서 20대 차주의 연체율이 높아지는 것으로 파악된다.
특히, 인터넷뱅크 3사(카카오뱅크ㆍ토스뱅크ㆍ케이뱅크) 중 케이뱅크의 20대 연체율이 타사의 2배 이상을 기록한 것은 가상화폐 거래소 업비트 연계계좌 보유고객의 비중이 높은 영향으로 풀이된다. 케이뱅크가 지난 2020년 7월 가상화폐 1위 거래소 업비트와 제휴를 맺고 20대 이하 고객들을 빠르게 유치하는 과정에서 수익성이 크게 개선됐으나, 코로나19 이후 자산시장 거품이 빠지며 이들 차주의 연체율이 크게 오른 것이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케이뱅크의 고객 관리가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회초년생인 20대 고객의 경우 신용에 문제가 생기면 향후 금융권 대출을 이용할 때 큰 불이익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김 의원은 "인터넷은행의 간편한 대출 절차와 접근성은 긍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동시에 청년들이 과도한 대출을 쉽게 받게 해 심각한 금융 리스크에 빠질 가능성도 있다"며 "청년들이 무리하게 대출받지 않도록 관리가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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