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에 울고 웃는 케이뱅크…저원가예금 수조원 사라진다
비트코인의 가격에 따라 케이뱅크의 수신 잔액 널뛰기가 이어지고 있다. 가상자산사업자(VASP) 예치금 잔액은 케이뱅크 전체 수신 잔액의 17%를 차지한다. 특히 지난 7월부터 VASP 예치금에 2.1%의 이자가 적용되면서 저원가성 예금 수조원이 감소하는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24일 케이뱅크에 따르면 지난 6월말 기준 VASP 예치금 잔액은 3조6816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42.6% 줄었다. VASP 예치금이 1분기 만에 2조7355억원이 빠져나가면서 케이뱅크의 전체 수신 잔액은 전분기 대비 2조1218억원 감소했다.
케이뱅크는 국내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인 업비트의 운영사 두나무와 제휴를 통해 실명확인서비스를 제공하고, 업비트 고객의 가상자산 관련 예치금을 예탁받아 운용 중이다. 업비트의 예치금은 지난 상반기말 기준 전체 수신 잔액의 16.8%를 차지할 정도로 케이뱅크 수신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문제는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의 가격에 따라 수신 잔액이 크게 출렁인다는 점이다. 2021년 3분기 6조7870억원에 달했던 VASP 예치금 잔액은 비트코인 가격이 1개당 2100만원까지 떨어진 2022년말 2조9177억원까지 감소했다.
이후 3조원대를 유지하다가 지난 1분기 비트코인 가격이 1조원을 넘어서자 6조4171억원까지 증가했다. 전분기와 비교해 2조4457억원 증가했으나, 늘어난 금액은 다시 1분기 만에 빠졌다. 케이뱅크는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 계산에 VASP 수신의 100%가 30일 내 유출되는 것을 기준으로 LCR을 산출하는 등 유동성 위험에 대비 중이다.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 지난 7월부터 시행되면서 예치금 셈법도 복잡해졌다. 이전에는 VASP 예치금에 0.1%의 금리를 적용했지만 지난 7월부터 금리가 2.1%로 상승했다. 예치금 비중이 큰 케이뱅크에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지난해 케이뱅크의 업비트 예치금 평균 잔액은 3조4064억원으로 2.83%의 운용수익률을 기록했다. 819억원의 운용수익을 냈는데 같은 기간 예치금 관련 이자비용은 95억원에 불과했다. 사실상 예치금이 저원가성예금의 역할을 한 셈이다.
하지만 올해 하반기부터 2.1%의 금리가 적용된다. 예금보험료율(0.18%)을 감안하면 2.28%의 이자비용이 든다. 지난 7월 평균 예치금 잔액(3조7365억원)이 유지된다고 가정했을 때 연간 약 850억원의 이자비용이 발생한다. 그만큼 이자수익이 감소할 수밖에 없다. 올해 상반기 케이뱅크의 순이자수익은 2642억원이다.
케이뱅크는 기준금리가 인하되면 예치금 약정 이자율도 기준금리 인하를 반영해 하향 조정될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본다. 두나무와 예치금 계약은 내년 10월까지로 계약 만료 3개월 이전까지 1년 단위의 계약기간 연장을 협의할 수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금리 하락기에 접어들면서 은행권에서 저원가성 예금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며 "가상자산 예치금 비중이 다른 은행 대비 컸던 만큼 순이익 등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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