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라 사태’ 권도형 아내, 추징보전 ‘부동산지분’ 돌려받는다…국가 상대 승소
서울남부지법, 지난달 19일 제3자 이의 소송서 권도형 아내 승소 판결
“부동산 지분 등 가압류 집행 불허…판결 확정 때까지 가압류 집행정지”
가상자산 ‘테라·루나’ 폭락 사태의 핵심인물인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의 아내가 자신 명의의 부동산 지분과 오피스텔 분양권 등에 대한 국가의 추징보전 결정에 반발해 제기한 제3자 이의 소송에서 전부 승소했다. 법원이 해당 부동산 지분 등을 이씨가 권씨와의 혼인 중 자신 명의로 취득한 특유재산으로 판단하면서다.
11일 헤럴드경제 취재에 따르면, 서울남부지법 민사12부(주채광 부장판사)는 지난달 19일 권씨의 아내 이모 씨가 국가를 상대로 낸 제3자 이의 소송에서 원고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국가가 권씨에 대한 법원 추징보전 결정에 기해 서울 성수동 소재 부동산(주상복합)과 논현동 소재 오피스텔 분양권·분양대금반환 채권에 대해 한 가압류 집행을 불허한다”며 “이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 이에 대한 가압류 집행을 정지한다”고 판결했다.
서울남부지법은 지난해 4월 루나·테라 사태와 관련해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로 수사받고 있는 권씨 소유 재산에 대해 추징재판 집행을 보전하기 위해 추징보전액을 2333억여원으로 하고, 권씨의 아내인 이씨 명의의 부동산 지분과 오피스텔 분양권 등에 대해 추징보전을 결정했다. 이후 국가는 이 같은 추징보전 결정에 따라 해당 부동산 지분에 관해 가압류 등기까지 마쳤다. 특히 가압류 대상 부동산은 이씨가 남편 권씨와 함께 매매대금 42억원에 매수한 성수동 주상복합 아파트로, 이씨와 권씨는 2021년 3월 각각 10%(이씨), 90%(권씨) 비율로 이 아파트에 대한 소유권 이전 등기를 마쳤다.
하지만 이씨 측은 지난해 9월 “해당 부동산 지분과 오피스텔 분양권은 이씨가 직접 마련한 자금으로 취득한 것”이라며 국가를 상대로 제3자 이의 소송을 냈다. 이씨 측은 “부동산 지분 등은 이씨 소유의 재산일 뿐 아니라 권씨와 혼인 중 이씨 자신의 명의로 취득한 재산이어서 이씨의 특유재산으로 추정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가는 이를 번복할 수 있는 증명을 전혀 못하고 있다”며 “이 사건 부동산 지분과 오피스텔 분양권 등에 대한 추징보전 결정은 제3자 소유의 재산에 대해 이뤄진 것이어서 그에 따른 가압류 집행은 불허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이씨가 자신의 명의로 2021년 3월 부동산 지분을, 같은 해 5월 오피스텔 분양권 등을 각각 취득했고, 각 취득시점 모두 이씨와 남편 권씨의 혼인기간 내에 있다”며 “부동산 지분과 오피스텔 분양권 등은 민법 제830조 제1항에 따라 이씨의 특유재산으로 추정된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부동산 지분 등에 대한 추징보전 결정은 이씨의 특유재산으로 추정되는 제3자의 재산에 대한 것으로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에 따른 가압류 집행은 불허돼야 한다”고 이씨 측 주장을 받아들였다. 즉 이씨의 10% 지분 등은 특유재산으로 추정되고, 이 지분 등을 권씨가 실제 소유하는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반대로 정부 측은 “이 사건 부동산 지분 등은 모두 권씨가 취득자금을 부담해 명의만 이씨로 해 취득한 것으로 실질적으로 권씨에게 귀속되는 재산이어서 이씨의 특유재산 추정이 번복된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이 같은 항변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이씨의 은행 예금계좌에서 성수동 부동산 매매계약 계약금 지급을 위해 이체된 돈의 출처는 대부분 이씨의 ‘고팍스’ 가상자산 계정에 보관돼 있던 가상자산 매도대금으로 보인다”며 “이씨의 계정을 남편인 권씨가 실질적으로 지배·관리했다고 볼 만한 사정이 없다”고 밝혔다.
이어 “이씨의 고팍스 계정에 보관돼 있던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은 미국의 ‘바이낸스’라는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고팍스로 이전된 것으로 보이는데, 이처럼 이전된 가상자산의 소유자를 확인할 수 있는 자료는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국가는 이 같은 가상자산이 이씨가 아닌 권씨의 소유라고 주장하지만,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자료를 제출하지 못하고 있다”며 “단지 국가는 이씨가 이 가상자산에 대한 취득내역을 제대로 소명하지 못하고 있고, 해당 가상자산을 취득할 자금이 없었다는 점을 근거로 들고 있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씨는 2016년부터 부동산 지분 취득 시점까지 직장생활을 통해 상당한 금액의 급여를 받아 온 것으로 보이고, 권씨와 혼인하기 전부터 지속적으로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자산에 투자해 수익을 실현한 것으로 보인다”며 “부동산 지분에 대한 취득자금의 종국적 출처로 볼 수 있는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이 권씨의 소유라는 점에 대한 증명책임은 국가에 있는 점 등에 비춰 볼 때, 해당 가상자산의 소유자나 그 취득자금의 출처가 권씨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강조했다.
특히 “국가가 전제하고 있는 것처럼 권씨가 범죄수익을 은닉하기 위해 이 부동산 지분을 아내인 이씨 명의로 취득한 것이라면, 그 지분 전체나 적어도 50% 지분이 아닌 10% 지분만 이씨 명의로 취득한 것을 쉽사리 이해하기 어렵다”며 권씨가 이씨에게 명의신탁을 했다고 볼 근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논현동 오피스텔 분양권 등에 대해서도 “실질적으로 권씨의 소유라고 인정하기에 증명이 부족하다”며 동일한 판단을 했다.
국가는 이씨 손을 들어준 이번 판결에 불복하고 지난 1일 항소했다.
한편 권씨는 테라·루나 폭락 직전인 2022년 4월 한국을 떠나 도피 행각을 벌이다 지난해 3월 몬테네그로에서 여권 위조 혐의로 체포된 뒤 현재까지 현지에 구금돼 있다. 미 뉴욕 검찰은 지난해 증권 사기 등 8개 혐의로 권씨를 재판에 넘겼다.
미 증권거래위원회(SEC)는 2021년 권씨와 테라폼랩스가 테라의 안정성과 관련해 투자자들을 속여 거액의 손실을 입혔다며 민사 소송을 제기했는데, 지난달 권씨의 혐의를 인정한 배심원 평결에 따라 권씨 측과 44억7000만 달러, 한화 약 6조1000억원 규모의 환수금 및 벌금 납부에 합의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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