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거래소 세무조사 완패, 무엇이 문제였나?
국세청, 추후 다투더라도 ‘부과제척기간’ 넘기지 않도록 과세논리 개발
최근 법원에서 가상자산 거래소에 부과된 세금을 전부 취소하라는 판결(1심)이 내려지면서 사실상 국세청의 ‘완패’로 기록됐다. 빗썸코리아 뿐만 아니라 코인원 등 거대 거래소에 부과된 세금이 줄줄이 취소되면서다.
이에 따라 국세청이 당시 거래소에 부과한 세금이 ‘억지 과세’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당시에도 국세청은 이와 비슷한 비판을 받으면서도 ‘과세하는 것이 맞다’고 강경하게 입장을 밝혔었다. 국세청이 과세할 수밖에 없던 이유는 뭘까. 바로 ‘부과제척기간’ 때문이다.
◆ ‘가상화폐’ 명확한 정의도 없이 과세?…‘부과제척기간’ 문제로 어쩔 수 없었다
거래소에 대한 국세청의 세금 부과 사건은 대표적으로 `18년 세무조사를 통해 거래소 빗썸에 부과한 803억원이다. 이는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가상화폐에 대한 과세조치였다. 세법상 가상화폐에 대해 과세 근거가 마련되지 않던 시기였기 때문에 조사 착수 시기부터 논란이 많았다.
다만, 일반 회원들이 아닌 ‘비거주자(외국에 주소를 둔 회원)’가 출금한 원화에 대한 기타소득 과세였다. 소득세법에는 가상화폐 거래 이익에 대해 과세대상으로 열거돼 있지 않아 세금을 부과할 수 없지만, 비거주자는 조세조약을 감안해 ‘포괄주의 방식’을 기타소득 규정으로 두기 때문이다.
국세청은 비거주자 원화 출금액을 과세대상 기타소득으로, 거래소는 원천징수의무자로 보고 원천징수 미납분을 부과했다. 빗썸코리아 회원 중 비거주자들은 `15~`18년 사이 가상화폐를 빗썸에서 매도하고 원화로 출금했다. 빗썸은 원화출금액을 이들에게 지급하면서 원천징수를 하지 않았다. 세율은 지방소득세를 포함해 22%였다.
◆ 소득세법 제119조, 비거주자의 국내원천소득 조항으로 과세
구체적으로 국세청이 가상자산 거래소에 적용한 법 조항은 ‘소득세법 제119조 12호 마목과 타목’이다. 소득세법 제119조는 비거주자의 국내원천소득에 대한 규정이며, 12호 마목은 '국내법에 따른 면허‧허가 또는 그 밖에 이와 유사한 처분에 따라 설정된 권리와 그 밖에 부동산 외의 국내자산을 양도함으로써 생기는 소득'을, 카목은 '국내에서 하는 사업이나 국내에서 제공하는 인적용역 또는 국내에 있는 자산과 관련하여 받은 경제적 이익으로 인한 소득'을 규정하고 있다.
당시 김대지 국세청장은 거래소 과세에 대해 “비거주자 국내원천징수 불이행에 대한 과세였다”면서 “가상자산 거래소에 관련된 과세는 원칙적으로 비거주자나 외국법인이 부담하게 된다. 그런데 세법상 국내원천징수의무자, 거래소나 플랫폼사에 원천징수 엄격하게 부여하는 이유는 소득이 국외로 유출되는 상황에 빠져서 엄격한 의무를 부과 중이다. 거주자 내국법인에 비해 그런 의무를 부과하는 취지를 감안했을 때 국세청은 정당한 과세를 했다”고 단언하기도 했다.
기재부도 거래소에 대한 과세가 가능하다고 봤다. 홍남기 당시 부총리는 “거주자에 대해서는 가상자산이 소득세법에 열거돼 있지 않아 과세를 할 수 없어서, 이번 세법개정안에 과세안을 마련한 것이며, 빗썸은 비거주자에 대한 문제여서 현재 규정에 의해서도 과세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 심판원은 국세청의 손을 들어줬지만…행정법원에서는 ‘완패’
조세심판원은 국세청이 해석한 소득세법 제119조에 따라 가상자산도 재산적 가치가 있는 무형의 재산이라고 보이는 점, 이를 통해 경제적 이익을 얻어 국내원천 기타소득으로 보는 것이 맞다고 봤다. 또한 거래소가 비거주자에 대한 원천징수의무를 부담하는 것도 맞다고 결정했다.
그러나 행정법원은 가상자산이 재산적 가치가 있는 무형의 재산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당시 소득세법에서 정한 국내원천소득이라고 볼 수는 없어 위법한 부과처분이므로 취소돼야 한다고 판시했다.
또한, 정부가 `20년 세법개정안 발표하며 가상자산 과세 이유에 대해 ‘그동안 과세되어 오지 않은 가상자산 거래 이익에 대한 과세를 정상화하되, 기타소득으로 별도 분리과세(현재는 열거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소득세법 체계상 열거되어 있지 않은 가상자산 소득에 대해 과세가 이루어지고 있지 않음)한다’는 입장을 밝혔다는 점을 예로 들며 법적인 과세근거가 없어 전부 취소돼야 한다고 봤다.
출처 : 세정일보 https://www.sejungilbo.com/news/articleView.html?idxno=478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