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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이들에게 BXA를 판 건 누구입니까?”

 

판 적은 없다. 그런데 산 사람은 많다. 어찌된 일인가? 이건 대체 누가 판 건가?

국내 주요 암호화폐 거래소인 빗썸과 관련된 것으로 보이는 BXA 토큰 이야기다. 공식 설명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를 대상으로는 단 한 개도 BXA를 판 적이 없다. 하지만 샀다는 국내 투자자가 여기저기 많다. 투자자들은 누구로부터 BXA를 산 것일까?

이야기는 1년여 전인 지난해 10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빗썸의 운영사인 빗썸코리아(구 비티씨코리아닷컴)가 BTHMB홀딩스(구 BK글로벌컨소시엄)라는 새로운 기업에 인수될 계획이라고 발표한 시점이다. BTHMB홀딩스가 빗썸홀딩스(구 비티씨홀딩컴퍼니)의 ‘지분 50%+1주’를 4억 달러(약 4700억 원)에 사들이는 방식이었다. 빗썸홀딩스는 빗썸코리아의 지분 75.99%를 보유한 최대 주주다. 다시 말해, BTHMB홀딩스가 빗썸 지주회사의 대주주가 되는 방식으로 빗썸을 우회 인수하는 형식이었다.


BTHMB홀딩스는 BK성형외과로 잘 알려진 김병건 BK메디컬그룹 회장이 빗썸 인수를 위해 싱가포르에 만든 법인이다. 김병건 회장은 지난해 12월 27일 기자간담회를 열어 빗썸을 비롯한 세계 12개 국가의 암호화폐 거래소를 하나로 묶겠다는 구상도 소개했다. 블록체인 익스체인지 얼라이언스(Blockchain Exchange Alliance), 곧 BXA였다.

BXA토큰 최초 상장을 예고하며 상장 사전 이벤트를 공지했던 빗썸.
빗썸코리아가 2019년 1월초 BXA토큰 최초 상장을 예고하며 상장 사전 이벤트를 공지했다. 

빗썸코리아도 김 회장과 발을 맞췄다. 김 회장의 발표가 나온 지 불과 일주일이 지난 올해 1월 3일, 빗썸코리아는 ‘BXA 최초 상장기념 사전 이벤트‘라는 이름으로 이벤트를 진행했다. BXA의 빗썸코리아 상장은 당연한 듯 보였다.

본격적인 사건은 여기서부터였다. 빗썸코리아가 사전 이벤트를 진행하자 여기저기서 BXA를 거래하겠다는 사람들이 나타났다. 구매와 판매 모두 열풍이었다. 빗썸을 비롯해 전 세계 12개 국가의 주요 거래소에서 기축 통화처럼 사용할 수 있다는 BXA는, 상장이 되는 순간 큰 이익을 얻을 것만 같았다.

심각하게 과열됐다는 이야기가 돌던 무렵 김 회장은 공식 발표를 통해 “BXA의 공식 판매권은 오렌지블록이 유일하다. 오렌지블록이 아닌 경로로 판매를 한다는 곳은 모두 스캠”이라고 경고하고, “BXA는 국내 투자자에게 판매하지 않는다”고 못박았다. 결국 국내 투자자가 BXA를 사들일 길은 없었다. 공식적으로는 그랬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BXA는 국적을 불문하고 판매됐고, 심지어 한국 국적자들이 신원확인(KYC)을 받는 절차도 갖추고 있었다.

암호화폐 커뮤니티를 운영하는 ㄱ(28)씨는 공식 판매권을 가진 오렌지블록을 통해 BXA를 구입했다. ㄱ씨는 한국 국적이다. 별도의 KYC 절차는 없었다. 매수 규모도 작지 않았다. 처음엔 자신의 ‘전재산’이던 900만원을 투자했는데, 나중에 10배 이상 이익을 본다는 소문을 듣고 주변 지인들 돈까지 끌어와 2억원 어치를 샀다. BTHMB홀딩스는 올해 2월 공식 텔레그램 공지를 통해 BXA 구매자들에게 토큰을 1년 동안 달마다 5~10%씩 나눠준다고 발표했다. ㄱ씨도 매달 BXA를 받았다.

역시 한국 국적인 ㄴ씨도 공식 판로를 통해 BXA를 살 수 있었다. ㄴ씨는 “오렌지블록의 김아무개 대표를 통해서 BXA를 구입했다”며 “구입 규모를 정확히는 밝힐 수는 없지만 수억원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의 설명을 들어보면, 한국 국적자 구매 제한은 커녕 오히려 한국인을 위한 구입 절차가 버젓이 존재했다. ㄴ씨는 BXA 구입을 신청한 뒤 KYC 인증 메일(아래)을 받았다. 메일 발신자는 국내 KYC 대행업체였다. 메일 내용과 첨부 파일은 모두 한글로 적혀있었다.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KYC 인증 도구가 제대로 구비됐던 셈이다. 이메일은 KYC 미인증 고객들에게 반드시 인증을 받으라는 내용이었다. 수신자 목록엔 오렌지블록 김 대표의 이름도 있었다.


아예 김병건 회장 쪽으로부터 직접 BXA를 사들인 투자자도 있었다. ㄷ씨는 “싱가포르에 있는 김병건 측근과 직접 대화를 하고 BXA 구입을 했다”며 “아무래도 김병건 회장 쪽과 직접 거래를 한 만큼 다른 사람보다 BXA를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코인데스크코리아가 입수한 자료를 보면, ㄷ씨는 김병건 쪽이 제시한 별도의 암호화폐 지갑에 10억원 이상의 BXA 투자금을 입금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후 BXA는 순탄치 않았다. 2월초 비트맥스, 마이닉스 등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BXA는 11개 거래소에 상장됐다. 그중엔 빗썸 패밀리에 속하는 빗썸 싱가포르와 빗썸 글로벌도 있었다. 그러나 투자자들이 기대했던 빗썸코리아 상장은 지금까지도 이뤄지지 않았다. 빗썸 등 세계 12개국 거래소를 묶는다는 쓰임새도 전망이 불투명했다. 달마다 토큰이 5~10%씩 풀리는 족족 팔려나갔다. 어디에 써야 할지 모를 토큰의 가격은 결국 곤두박질쳤다.

1년 전 ‘비공식 경로’로 BXA를 사들였던 국내 투자자들도 모두 큰 손해를 봤다. ㄱ씨는 개당 130원~200원, ㄴ씨는 개당 평균 110원에 구입했다. 비슷한 시기 국내 한 공구방을 통해 구입했던 이는 개당 500원에 구입했다고 말했다. 당시 공구방들은 BXA가 빗썸코리아 상장만 이뤄진다면 개당 1천원을 호가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코인데스크코리아가 접촉한 투자자들은, 이른바 ‘독점 판매권’을 갖고있었던 오렌지블록도 똑같이 ‘1천원 상승설’을 주장했다고 전했다. 현재 BXA의 거래소 거래 가격은 개당 2~2.5원선이다. 많은 투자자들이 200원 전후에 BXA를 구입했으니 1년 새 투자금이 100분의1로 쪼그라든 것이다.

빗썸을 인수하려던 김병건 회장은 인수 잔금 마감날이었던 지난 9월30일 코너스톤네트웍스를 통해 인수 잔금인 약 5400억원을 채우려 했지만 실패했다. 김 회장의 빗썸 인수는 무산됐고, BXA도 잠정 중단됐다. 이후 11월1일에는 방송통신장비 기업 비덴트가 빗썸의 지주사인 비티씨홀딩컴퍼니 주식 2324주를 1150억3800만원에 양수한다며 새로운 빗썸 인수자로 나섰다. 1주일 뒤인 11월7일에는 빗썸 패밀리 14개사가 모여 블록체인 플랫폼 ‘빗썸 체인’과 이를 바탕으로 한 ‘빗썸 코인’의 발행 계획을 공개했다. 세계 빗썸 관계사 및 거래소를 얼라이언스 형태로 묶어 연동한다는 프로젝트로, BXA와의 유사성 탓에 의혹을 받고 있다.


BXA 상장 거래소 중 일부와 판매 가격. 현재 BXA가 상장된 거래소는 국내 거래소인 프로빗, 캐셔레스트, 마이닉스 등을 비롯해 비트맥스(BitMax), 엘뱅크(LBank), 코인더블유(CoinW), 핫빗(Hotbit), 올코인(ALLCOIN), BCEX, 그리고 빗썸 패밀리에 속하는 빗썸 싱가포르와 빗썸 글로벌 등 총 11곳이다. 출처=코인힐스

“모든 책임은 판매대행사에 있다”
국내 투자자들은 법적 대응을 준비중이다. 법무법인 오킴스는 13일 자료를 내어 BXA 토큰 구매자 68명이 78억원 어치의 피해와 관련해 고소·고발을 준비중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BXA가 실제로는 빗썸이 발행한 코인이 아님에도 빗썸에서 쓰이는 거래소 코인이 될 것이라고 속였다며, BTHMB홀딩스 관계자 등을 사기, 특별배임 등 혐의로 고소·고발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먼저 밝혀야 할 문제가 있다. 누구를 고소하고 고발할지의 문제다. BXA 토큰이 한국에 판매된 적이 없다는 김 회장 쪽의 공식 입장과 달리 판매가 실제 이뤄졌던 만큼, BXA 토큰의 국내 판매 과정과 적법성부터 정확히 규명돼야 한다.

BXA 판매와 관련해 내부 사정을 잘 아는 김병건 회장 쪽 관계자는 코인데스크코리아 인터뷰에서  “김병건 회장은 BXA 판매 권한을 모두 오렌지블록에 넘겼으며 직접 판매한 BXA는 없다”는 기본 입장을 재확인하고 ‘직접 판매’ 등 의혹을 부인했다. 이 관계자는 “오렌지블록이 김 회장에게 전달한 판매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에 판매된 BXA는 없는 것으로 안다”면서 BXA 판매와 관련한 모든 책임은 오렌지블록에게 있다고 말했다.

코인데스크코리아는 BXA의 공식 판매 총판인 오렌지블록의 김 대표와도 여러 차례 접촉을 시도했으나, 보도 시점까지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했다.

 

출처 https://www.coindeskkorea.com/629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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