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블록체인 게임업계가 규제의 벽에 막혀 국내 시장 진출에 난항을 겪고 있다. 최근 국내 게임 기업 업체 노드브릭이 블록체인 게임 '인피티니스타'에 대해 등급 거부를 받으면서 새로운 유형의 게임에 낡은 잣대를 들이대는 게임위에 대한 비판의 여론 또한 다시금 확산 중이다.
게임위 "블록체인 게임, 사행성 조장한다"
지난 8일 게임물관리위원회(이하 게임위)는 블록체인 게임 인피니티스타가 제출한 등급분류 신청에 대해 '사행성 조장'에 대한 우려가 있다며 등급분류를 거부했다. 국내에서 게임을 발매하기 위해서는 출시 혹은 개발 전에 게임위로부터 등급을 받아야 하지만, 게임위는 등급을 매길 수 없는 게임물의 경우 '등급분류거부' 판정을 내린다. 등급 분류가 거부되면 업체는 게임을 유통할 수 없게 된다.
게임위가 문제를 제기한 조항은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제 28조 2항이다. 해당 조항에서는
2. 게임물을 이용하여 도박 그 밖의 사행행위를 하게 하거나 이를 하도록 내버려 두지 아니할 것 2의2. 게임머니의 화폐단위를 한국은행에서 발행되는 화폐단위와 동일하게 하는 등 게임물의 내용구현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운영방식 또는 기기ㆍ장치 등을 통하여 사행성을 조장하지 아니할 것
이라 명시한다. 게임내 유통되는 게임머니가 법정화폐와 동일한 역할을 하게 될 경우 사행성을 조장해 규제한다는 것이 게임위의 입장이다.
앞서 게임위는 암호화폐가 사용되는 블록체인 게임에 대해 제재를 가한 전적이 있다. 지난 2017년 출시된 게임 '유나의 옷장'은 플레이 및 이벤트 보상으로 자체 암호화폐 '픽시코인'을 상장했으며, 외부 거래소 환전이 가능했다. 게임위는 이에 재분류를 통지했으며 '유나의 옷장'은 서비스 종료의 수순을 받았다.
NFT토큰도 '화폐와 동일한 게임머니'에 포함했다
이번 인피니티스타에 대한 게임위의 제재는 이보다 한 층 더 강력하다. 인피니티 스타는 유나의 옷장과 달리 게임내에 유통되는 암호화폐는 없다. 대신 게임내에서 활동을 통해 얻은 아이템이 이더리움기반의 대체불가능토큰(NFT)으로 발행된다. 게임 내의 유통과정에서는 암호화폐는 전혀 적용되지 않는다. 그러나 게임위는 게임머니로 간주될 수 있는 암호화폐가 없는 인피니티스타에도 등급분류를 거부했다. 게임머니에 대해 규정하고 있는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 18조는 다음과 같다.
제18조 3항 게임머니를 규정하는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18조의 3에 따르면 1. 게임물을 이용할 때 베팅 또는 배당의 수단이 되거나 우연적인 방법으로 획득된 게임머니 2. 제1호에서 정하는 게임머니의 대체 교환 대상이 된 게임머니 또는 게임아이템의 데이터등이 포함된다.
인피니티스타의 NFT토큰화된 아이템은 게임 이용자가 직접 메타마스크등의 이더리움 지갑으로 옮겨 NFT아이템이 거래 가능한 NFT전용 거래소를 통해 거래할 수있다. 게임위는 "인피니티스타의 NFT화된 아이템에 대해 상품권과 같이 실제 현금으로 환전 가능한 유가증권을 게임 내 재화 유통수단으로 활용한다”며 게임 아이템을 대체불가능한토큰(NFT)으로 만드는 것이 조항에 위배된다고 밝혔다.
블록체인 게임들 "NFT까지 막는 건 과도한 규제"
게임위의 주장에 따르면 NFT토큰화된 아이템이 네트워크로 전송, 환전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문제가 발생한다. 그러나 블록체인 게임 업계는 게임위의 판결이 납득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일반적인 블록체인 프로젝트들이 ICO(암호화폐공개)를 통해 암호화폐를 판매하는 반면, 대다수의 블록체인 게임들은 프리세일을 통해 외부의 NFT기반 아이템을 판매한다. 이번 판결과 같이 NFT아이템까지 게임위의 사행성 기준에 포함되면 해당 게임들도 게임위의 제재를 범위 안에 들게 된다.
게임위는 이번 판결이 블록체인 게임 전반에 대한 규제는 아니라는 입장이지만, 게임사들의 입장은 다르다. 블록체인 업체 관계자는 "현재 암호화폐와 블록체인과 관련된 명확한 기준이 없는데 정부 산하의 게임위가 이같은 결정을 내리는 것은 암호화폐 민감한 정부의 눈치를 보는것"이라며 "법이나 규정의 해석에 따른 결과로 보기 힘들다"고 꼬집었다.
인피니티스타와 같은 RPG형태의 게임들이 발행하는 NFT아이템에 대한 사행성 여부도 문제로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2011년에도 RPG게임에서 획득한 아이템에는 유저의 노력이 포함된다는 판례가 존재한다"며 "블록체인 게임의 경우 선례가 없어 이같은 판결이 내려진 것"이라 반박했다.
블록체인 게임사들 "한국에서 서비스 안한다"
명확한 잣대 없는 국내 규제로 인해 블록체인 게임 업체들은 글로벌 시장에만 기대는 실정이다. 게임위의 등급을 받아야 하는 웹, 자체등급사업자들의 등급을 받아야 하는 모바일 모두 사실상 통로가 막혀있다보니 아예 국내 서비스 제공을 않겠다는 입장이다. 국내에서 서비스를 운영해오다 중단한 한 게임 업계 관계자는 "게임위의 판결 이후 국내 ip의 접근을 막았다"며 "제대로된 규제안이 나올 때 까지 국내 서비스는 접어둘 것"이라 말했다.
AR, VR에 이어 블록체인게임까지 새로운 유형의 게임의 급부상하는 가운데 2006년 법 시행 이후 10년 넘게 개정되지 않고 있는 게임법은 시대에 맞지 않는다는 비판의 소리도 들린다. 한 게임사 관계자는 "블록체인 게임이라는 새로운 분야에 대한 법이 만들어져야 하지만 이 자체를 비판적으로만 보는 시선이 아쉬울 따름"이라며 호소했다.
애플·구글등 자체등급사업자들도 제재, 희망은...삼성뿐?
현재 게임위의 등급분류를 받지 않은 곳 중 스마트폰과 태블릿PC를 통해 제공되는 오픈마켓을 통해 유통되는 블록체인 게임들도 존재한다. 애플스토어, 구글플레이스토어등 게임위의 심의를 거치지 않고 자체적으로 등급을 매길 수 있는 자체등급사업자들은 게임위와 달리 비교적 유연하게 등급을 부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또한 순탄치 않다. 애플스토어와 구글플레이스토어 역시 NFT가 아닌 암호화폐가 직접적으로 사용되는 게임에 대해서는 등급을 부여하지 않는다. 유나의 옷장의 경우 이를 통과해 앱스토어에서 유통되었으나, 게임위의 사후 조치로 인해 등급 재분류 판정을 받았다. 다만 블록체인 월렛을 제공하는 삼성 갤럭시S10시리즈의 '댑스토어'에서는 플레이댑의 크립토도저, 도저버드 등이 올라와 있다. 업계 관계자는 "암호화폐를 사용하는 게임들을 유일하게 유통하는 댑스토어가 그나마 주목해볼만 하다"고 언급했다.
출처: https://joind.io/business?id=98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