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YPTOMBA custom_top_html:no
default debug random = 0 / type = READ / detected = READ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댓글로 가기 위로 아래로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댓글로 가기 위로 아래로

shutterstock_576832348.jpg

인공지능의 유혹

숙련된 농부와 인공지능(AI) 중에 누가 농사를 더 잘 지을까요. 네덜란드 바헤닝언 대학은 비닐하우스를 지어 놓고 숙련된 농부와 인공지능이 대결하는 ‘세계 농업 AI 대회’를 매년 개최합니다. 인공지능이 온도·습도·환기 등 생육 여건을 원격 제어해 작물을 키워내는 결실을 농부와 비교하는 대회입니다. 지난해에는 숙련된 농부를 이긴 인공지능 팀이 한 곳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나 올해는 인공지능팀이 1등부터 5등까지를 휩쓸고 농부는 6등을 차지했습니다. 민승규 한경대 석좌교수가 이끄는 한국의 ‘디지로그’팀도 3위에 올랐습니다.

베테랑 전투기 조종사와 인공지능이 겨루면? 미국 국방부 고등연구계획국(DARPA)은 지난 여름 ‘알파독 파이트(AlphaDogFight)’란 이벤트를 열었습니다. 항공전 시뮬레이터를 이용해 베테랑 조종사와 인공지능이 맞붙게 했습니다. 결과는 인공지능의 완승. 인간 조종사는 단 한 번의 사격 기회조차 잡지 못하고 5번 격추당했습니다. 상대 인공지능은 무려 40억 번 모의 공중전을 치르며 실력을 쌓았습니다.

 

수많은 시행착오가 인공지능의 힘

인공지능이 생명과학 전문가와 경쟁하면? 실제로 ‘단백질 접힘’이란 것을 놓고 일합을 겨뤘습니다. 단백질은 수십, 수백 개 아미노산이 연결돼 만들어집니다. 이 연결 부위가 3차원 공간에서 이리저리 접히면서 단백질의 구조가 형성됩니다. 단백질 접힘에 오류가 생기면 알츠하이머 같은 병이 발생합니다. 그래서 전 세계의 생명과학자들은 생명의 비밀을 풀기 위해 단백질 구조를 연구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단백질이 접히는 경우의 수가 약 10의 300제곱(‘1’뒤에 ‘0’이 300개)에 달할 정도로 방대하다는 것입니다. 이를 알아맞히기 위해 생명과학자는 특수한 프로그램을 만들어 컴퓨터를 돌립니다.

바로 이 분야에서 세계 정상급 생명과학자와 인공지능이 경쟁했습니다. 단백질 구조를 예측하는 CASP 2018년 대회에 구글 딥마인드의 인공지능 ‘알파폴드’가 출전했습니다. 딥마인드는 바둑 천재 이세돌을 꺾은 ‘알파고’를 만든 회사입니다. 단백질 구조 예측 결과는 알파폴드의 압승이었습니다. 알파폴드는 단백질 43개 중에서 25개의 구조를 풀어 1위를 차지했습니다. 2위였던 미국 미시간대 연구진은 3개를 푸는 데 그쳤습니다. 2년 후인 올해는 실력이 더욱 향상됐습니다. CASP 2020년 대회에 출전한 ‘알파폴드2’는 무려 92.4%의 예측 정확도를 나타냈습니다.

인공지능은 패턴이 있으면 쉽게 풀어냅니다. 사실 운전면허증은 최소한의 운전 패턴이고, 자율주행차는 결국 운전하는 패턴을 학습한 것입니다. 현명한 농부는 농사를 잘 짓는 패턴을 알고 있고, 베테랑 조종사는 전투기를 조종하는 패턴에 익숙합니다. 노하우·비법·비결이라는 것은 결국 효율적인 패턴을 의미합니다.

문제 해결의 패턴이 있으면 인공지능은 더 정밀한 패턴을 찾아냅니다. 인공지능에 패턴을 들킨 베테랑 조종사는 제아무리 ‘탑 건’이라도 패턴을 파악한 인공지능을 이길 수 없습니다. 인공지능은 인간이 미처 개척하지 못한 패턴도 찾아냅니다. 단백질 구조 예측 문제는 아직 인간이 정복하지 못한 분야입니다.

인공지능이 패턴이 있는 문제를 잘 풀어내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귀납적으로 수많은 시도를 하면서 시행착오를 바탕으로 오류를 최소화할 때까지 문제를 풀고 또 풀기 때문입니다. 주사위 던지기나 복권처럼 특정한 패턴이 없다면 인공지능은 결과를 알아맞힐 수 없지만, 패턴이 있는 해결책은 무수한 시도를 통해 더 정확한 풀이를 찾아냅니다. 반면 인간은 교사와 이론 중심의 학습에 익숙합니다. 교사가 없는 수업과 선행이론 없는 연구는 상상하기 어렵습니다.

그렇다면 인간과 인공지능의 학습법 중 어느 것이 우수할까요. 최소한 인공지능엔 인공지능식 학습이 최적입니다. 바둑 기보를 전혀 학습하지 않고 스스로 바둑을 깨우친 알파고 제로(Alphago Zero)는 인간의 기보를 바탕으로 학습을 시작한 알파고 리(Alphago Lee·이세돌을 이긴 인공지능)를 100대 0으로 꺾었습니다.

 

뇌 활동 패턴 알기 위해 칩 장착까지

인공지능은 앞으로 인간의 정신노동을 자신에게 맡겨 달라고 유혹할 것입니다. 아직 우리가 잘 모를 뿐, 정신노동 대부분에 패턴이 있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인간의 뇌는 화학 물질과 전기 신호로 작동합니다. 무형(無形)의 생각이 유형(有形)의 물질 이동과 연결된 것입니다. 그래서 연구자들은 뇌과학과 인공지능을 결합해 인간의 언어·인지·탐구·추론 등의 패턴을 파악하고 있습니다.

일론 머스크가 세운 기업 ‘뉴럴 링크(Neural Link)’는 뇌파 측정을 통해 뇌 전체의 패턴을 파악하려 하고 있습니다. 사람의 뇌 속에 작은 칩을 심어 뇌파를 측정하는 방식입니다. 이를 위해 최소한의 절개로 뇌 속에 칩을 정밀 이식하는 수술 로봇을 개발했습니다. 칩의 소재도 금속이 아닌 부드러운 섬유질로 만들었다. 올해 8월 돼지 뇌에 칩을 이식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복잡한 뇌파의 패턴을 밝혀내기 위한 인공지능의 여정이 시작된 것입니다.

사실 인간의 뇌 연구는 역사가 길지 않습니다. 한때 중증 정신병 환자를 치료하기 위한 수단으로 뇌 조직 일부를 제거하는 ‘전전두엽 절제술’이 유행했습니다. 이 잔인한 수술이 1949년에는 노벨생리의학상을 받았다는 것은 인간의 무지함을 보여줍니다. 미국 케네디 대통령의 여동생도 지적장애를 가졌다는 이유로 이 수술의 피해자가 됐습니다. 학자들이 인공지능의 개념을 선포한 해는 1956년입니다. 인간 지능과 인공지능 연구 모두 역사가 짧은 셈입니다. 인공지능을 두고 그 내부 작동원리를 알 수 없어 블랙박스라고 하지만, 사실 인간의 뇌와 인공지능 모두 블랙박스입니다.

둘 중 ‘인간의 뇌’라는 블랙박스 속으로 인공지능이 들어갔습니다. 목표는 ‘신비로운 뇌 속의 패턴 찾기’입니다. 인공지능이 바둑의 비법을 풀어내고, 농사법을 풀어내고, 전투기 조종법을 풀어내고, 단백질 구조 문제를 풀어냈던 것처럼 결국에는 뇌의 패턴을 풀어낼 것입니다. 뇌의 패턴을 풀면 경영·경제·심리학 등 인문사회과학 이론의 상당수가 바뀔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인간에겐 ‘정신노동 위임’의 시대가 열립니다.

인간은 기계를 만들어 육체노동을 위임해 왔습니다. 세탁기 발명은 가사노동으로부터의 자유로 이어졌습니다. 세탁기의 등장 덕분에 빨랫감 17㎏을 세탁하는 시간이 4시간에서 41분으로 줄었다는 조사도 있습니다. 인간은 말과 마차를 대신할 기계(자동차)를 발명해 신속한 이동의 자유를 얻었습니다. 빠르게 진화하는 인공지능에 정신노동을 위임하는 것은 사람의 선택에 달렸습니다. 인공지능이 사람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인공지능을 선택하는 것입니다. 똑똑해진 인공지능은 “위임받을 수 있다”고 유혹할 뿐입니다. 우리는 그 유혹을 뿌리칠 수 있을까요.

 

김문수 서울과학종합대학원(aSSIST) 경영대학원 부총장

4,925
댓글 0
default debug random = 2 / type = READ / detected = READ

  1. 인간 정신 활동의 비밀, AI가 봉인 풀 수 있을까

    인공지능의 유혹 숙련된 농부와 인공지능(AI) 중에 누가 농사를 더 잘 지을까요. 네덜란드 바헤닝언 대학은...
    Date2020.12.16 By크립토MBA Reply0 Views4890 Votes2 file
    Read More
  2. 인감도장은 가고, 프로토콜이 온다

    일본 기업들이 코로나 위기 속에서도 재택근무를 쉽게 실행하지 못하는 이유로 도장 문화가 꼽혔습니다. 더...
    Date2020.11.28 By크립토MBA Reply1 Views6712 Votes3 file
    Read More
  3. 페이팔 선언, CeFi와 DeFi를 잇다

    2020년 10월 21일, 세계 최대의 결제 업체인 페이팔(PayPal)이 비트코인을 연동한다고 선언했습니다. 2008...
    Date2020.11.09 By크립토MBA Reply0 Views9106 Votes3 file
    Read More
  4. 분산원장이 아니라 공유원장이다

    암호화폐는 가치의 혼란을 일으키지만, 분산원장기술(DLT: Distributed Ledger Technology)은 가치중립적으...
    Date2020.10.20 By크립토MBA Reply0 Views10790 Votes2 file
    Read More
  5. DeFi 광풍, 핵심은 이자농사가 아니다

    DeFi(Decentralized Finance)라고 불리우는 탈중앙금융 서비스들에 무려 10조 원이 넘는 금융 자산이 몰리...
    Date2020.10.06 By크립토MBA Reply1 Views12762 Votes5 file
    Read More
  6. AI는 사람을 확장한다

    AI가 글을 쓰고 작곡을 하고 그림을 그리는 등 AI의 성능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AI가 사람을 위협할 것이라는...
    Date2020.09.17 By크립토MBA Reply1 Views14783 Votes2 file
    Read More
  7. AI가 세상을 먹어 치운다

    “Sofware is eating the world(소프트웨어가 세상을 먹어 치운다).” 세계 최초의 웹 브라우저...
    Date2020.08.28 By크립토MBA Reply2 Views16913 Votes0 file
    Read More
  8. 비트코인과 GPT-3가 몰려 온다

    엘론 머스크(Elon Musk), 피터 티엘(Perter Thiel) 등이 후원하는 비영리 AI 연구 기관인 OpenAI는 GPT-3라...
    Date2020.08.26 By크립토MBA Reply1 Views17084 Votes2 file
    Read More
  9. 교육의 디지털 혁신이 중요한 이유

    “한국형 뉴딜의 성공은 교육의 디지털 혁신에서 완성된다.” 한국형 뉴딜 정책은 앞으로 어떻게 진행되며 몇...
    Date2020.08.03 By크립토MBA Reply0 Views19596 Votes0 file
    Read More
  10. 한국판 뉴딜이 성공하려면

    “국부(國富)는 물려받는 것이 아니라 창조된다” 이 위대한 선언으로 마이클 포터(Michael Porter)는 1776년...
    Date2020.07.21 By크립토MBA Reply0 Views20086 Votes4 file
    Read More
  11. 한국의 디지털 문맹률이 걱정이다

    디지털 리터러시(digital literacy)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하고 있습니다. 디지털 문해력으로 해석되는 이 ...
    Date2020.07.07 By크립토MBA Reply0 Views9794 Votes1 file
    Read More
  12. 디지털화폐와 한국의 신금융 시대 개막

    재난지원금 2차분이 디지털화폐로 들어왔습니다. 따로 신청하지도 않았는데 한국은행에서 나의 소득수준에 ...
    Date2020.06.22 By크립토MBA Reply0 Views8714 Votes3 file
    Read More
  13. 은행들의 생존법

      대학생이 가장 일하고 싶어하는 은행 1위에 카카오뱅크가 꼽혔습니다. 최근 한 취업플랫폼이 6월에 조사...
    Date2020.06.22 By크립토MBA Reply1 Views8135 Votes2 file
    Read More
  14. [포스트 코로나] 사토시의 속마음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제 이름은 사토시 나카모토(Satoshi Nakamoto)입니다. 비트코인의 창시자로 알려져 ...
    Date2020.06.10 By크립토MBA Reply0 Views1774 Votes1 file
    Read More
  15. 응답하라 디지털 리더십

    전 세계 국가들의 성장이 주춤하는 사이에 문재인 대통령이 한국판 뉴딜 정책을을 선포하고 행정부 각 부처...
    Date2020.05.22 By크립토MBA Reply0 Views1072 Votes3 file
    Read More
  16. 이타적 세계화

      코로나 사태를 겪으며 세계화가 멈추고 반(反) 세계화의 물결이 거세질 것이라고 예측하는 전문가들의 의...
    Date2020.05.11 By크립토MBA Reply0 Views291 Votes0 file
    Read More
  17. 디지털 영토의 육성과 확장 전략

    예전에 디지털이라는 단어를 보면 기술이 떠올랐는데, 코로나 사태를 겪으며 디지털은 우리에게 새로운 환경...
    Date2020.04.30 By크립토MBA Reply0 Views464 Votes3 file
    Read More
  18. 가지 않은 길, 대한민국에 놓인 갈림길

    신종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미국과 유럽을 강타하면서, 선진국이라고 불리우던 국가들의 민낯이 드러나고 있...
    Date2020.04.11 By크립토MBA Reply0 Views598 Votes5 file
    Read More
  19. 비대면이 아니라 디지털 대면입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를 타고 다니며 사회를 마비시키고 있는 눈에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 때문에, 비대면이라...
    Date2020.04.04 By크립토MBA Reply0 Views283 Votes2 file
    Read More
  20. 대한민국 디지털 대전환

    본 원고는 중앙일보 조인디에 제출한 원문으로, 최종본은 데스크의 편집을 거쳐 https://joind.io/market/id...
    Date2020.03.11 By크립토MBA Reply0 Views158 Votes4 file
    Read More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Next
/ 2
default debug random = 2 / type = READ / detected = RE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