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글을 쓰고 작곡을 하고 그림을 그리는 등 AI의 성능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AI가 사람을 위협할 것이라는 예측이 많습니다. 특히 AI가 만든 창작물이 사람이 만든 것인지 기계가 만든 것인지 구별하기가 어려워지면서 당혹감과 놀라움이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Image GPT는 이러한 고민에 대해 흥미로운 힌트를 줍니다. Image GPT는 일론 머스크(Elon Musk)가 설립한 오픈AI(OpenAI) 재단에서 내 놓은 이미지 생성 기술입니다.
Image GPT에 영화 포스터의 윗부분만 보여주고, 아랫 부분을 채워보라고 했더니 AI가 흥미로운 제안들을 하는 장면입니다. 이것은 사람만이 할 수 있다고 믿어왔던 창조와 창의의 영역에서 AI가 사람을 도울 수 있는 것을 보여줍니다. Image GPT 기술이 조금 더 발전하면 광고기획자들이 새로운 광고를 제안해야 할 때 AI를 도구로 활용하여 밤을 새는 일을 줄일 수 있을 것입니다.
스웨덴의 펠타리온(PELTARION)이라는 회사는 Chor-RNN이라는 기술을 이용해서 AI에게 무용수들의 움직임을 학습시켰습니다. AI의 학습이 48시간을 지나자 AI는안무가의 스타일과 매우 유사한 스타일의 안무를 만들어 내기도 하고 새로운 안무를 만들어 내기도 하였습니다.
우리는 이러한 AI 기술의 발전을 앞으로 어떻게 받아들이고 대처해야 할까요? 저는 위임이라는 단어로 질문에 답하고 싶습니다. 사람은 세탁기를 만들어 빨래하는 노동을 위임했고, 자동차를 만들어 공간 이동을 위해 필요한 노동을 위임했습니다. 사람은 심지어 법인(法人)까지 만들어 동업의 규칙을 위임하여 수 많은 기업을 탄생시키고 경제활동을 발전시켜 왔습니다.
이제 우리는 AI를 활용해 창조의 고통까지 위임할 수 있는 단계로 진입하고 있습니다. 그것이 가능한 이유는 창조의 메커니즘이 복잡해 보이지만 사실 그 안에 패턴이 있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창조에 패턴이 있으면 딥러닝 기술을 활용해 그것을 체계화하고 시스템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컴퓨터공학자 문병로 교수는 인간의 추상적 사고가 어쩌면 우리가 생각하던 것만큼 대단한 것이 아닐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영상학자 정문열 교수는 인간의 직관력과 창의력이 그렇게 신비한 것이 아니라고 말합니다.
심리학자 허버트 사이먼은 사람은 완전히 합리적인 존재가 아니라 제한된 합리성을 가진 존재라고 밝혔고, 제한된 상황에서의 의사 결정 모델에 관한 이론으로 1978년에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했습니다. 그리고 인공지능(AI : Artificial Intelligence)라는 용어를 공식적으로 제안한 1956년의 다트머스 회의에 허버트 사이먼이 참석했다는 기록은, 지금 우리가 AI 앞에서 느끼고 있는 감정을 미리 고민하고 예측했던 연구자들의 존재가 있었음을 알려 줍니다.
결국 우리는 AI의 가공할 만한 위력 앞에서 추상적인 공포를 느끼기보다, 본래 인간의 자부심과 더불어 인간의 한계에 대해 겸손한 마음을 가질 수 있습니다. 그리고 사람의 전유물이라고 생각했던 창조와 의사결정의 메커니즘이 밝혀지고 AI에 의해 보완될 수 있으면 사람은 제한된 합리성의 한계를 극복하고 사람을 확장할 수 있습니다.
경영학자 조동성 교수는 중앙일보와의 인터뷰를 통해 AI가 경영학의 범주를 침범한 이상 AI의 수를 모르면 경영학자들도 아마추어로 남을 것이라고 이야기합니다. 반면 AI의 특징을 학습하여 적절히 활용하면 경영자의 고민 중 상당 부분을 AI에 위임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결국 우리는 AI 앞에서 수동적으로 위협을 느끼기보다 AI를 능동적으로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합니다. 이렇게 AI의 활용 전략과 의미에 대해 생각을 집중하면 AI의 교육 방향도 더욱 선명하게 설계할 수 있습니다. 단지 AI 기술 자체를 주입식으로 가르치기보다 AI를 통해 사람의 한계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를 교육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사람이 연구, 고뇌, 창작의 고통을 AI에게 위임하는 단계를 통해 사회의 문제를 더욱 정교하게 해결하고 사람의 문화와 역사를 확장할 수 있는 비전을 교육해야 합니다.
일론 머스크(Elon Musk)가 설립한 또 하나의 AI 기업인 뉴럴링크(Neuralink)는 뇌에 이식할 수 있는 AI칩을 만들고 있습니다. 뉴럴링크는 올해 8월에 돼지의 뇌에 AI칩을 삽입하는 것을 성공했고 다음 목표는 뇌질환자, 시각장애인, 청각장애인들에게 공급하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AI로 인한 사람의 확장은 누군가에게는 평생에 꿈꿔오던 자유가 될 수 있습니다.
AI는 그 자체로 사람을 위협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에게 다음과 중요한 질문을 건넵니다.
AI의 가공할 만한 힘을 언제 어디에 사용하는 것이 좋을까?
AI의 힘을 악인이 사용할 때, 어떻게 통제할 것인가?
AI가 생명의 비밀을 풀어 나가는 것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까?
AI에게 사람은 무엇을 위임하고 그렇게 얻은 자유시간에 무엇을 해야 할까?
AI에게 사람을 가르칠 것인가, 사람에게 AI를 가르칠 것인가?
김문수 aSSIST 경영대학원 부총장 및 AI∙크립토MBA 주임교수